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어린이들이 서울시가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사 앞에서 넉달동안 재배한 벼를 직접 수확 및 탈곡 체험을 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확한 벼는 건조와 도정과정을 거쳐 쌀(약 40kg)로 만든 뒤 푸드뱅크에 기부할 예정이다. 윤성호기자
올해 농사는 사상 유례가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대풍이다. 이렇다 할 기상이변과 병해충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민의 마음은 영 편하지가 않다. 농사를 잘 지어 집 앞마당에는 벼와 고추, 마늘이 쌓여있지만 내다 팔 일이 걱정이다.
산지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는데 정부의 수매는 늦어지고 도시지역 소비자들의 농산물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 그야말로 3중고에 빠져있다.
◈ 벼 농사 대풍...쌀 생산량 5.7%↑벼농사는 올해 대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401만 톤 보다 5.7% 증가한 424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위 면적 생산량은 10a 당 510kg으로 지난해 473kg, 평년의 500kg 보다 월등히 많다.
그렇지만 농민들은 넘쳐나는 쌀을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정부는 공공비축 물량과 쌀 목표가격을 어느 선에서 결정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 정부-농민 생각의 차이가 크다농림축산식품부는 법률에 따라 올해 쌀 목표가격을 당초 80kg 한 포대에 17만4천83원으로 정했다.
정부는 시장의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의 85%를 변동 직불금으로
보전해 주고 있다.
{RELNEWS:right}하지만 농민들은 올해 쌀 생산량이 늘어난데다, 혹시나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관계화가 본격 시행된다면 쌀값이 폭락할 것이라며 목표가격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 여야 의원들까지 나서 추가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급기야 농식품부는 내년도 쌀 목표가격을 17만9천686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쌀 목표가격을 마냥 올릴 경우 쌀값이 떨어지면 내년도 예산에서 많게는 1조원 가까이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속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쌀 농사가 잘되면 일년이 풍요로웠지만, 지금은 농사가 잘되도 걱정 안되도 걱정"이라며 우리나라 농업의 딱한 현실을 에둘러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