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23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은행계좌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국가간 은행계좌 거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온 사실이 폭로됨에 따라 유럽의회는 이날 압도적인 찬성으로 EU 집행위원회에 대해 미국과 체결한 은행계좌정보공유협약에 따른 의무이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의회의 이날 결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정보 수집에 대한 EU의 대응책 요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의 결의가 나온 후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에 대해 재차 충분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글로보 TV는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의 말을 인용, 미국 정보 당국이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을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파일을 받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청활동을 최초 보도한 인물이다.
이 보도 직후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면서 보도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미국과 체결한 은행계좌정보공유협약에 따른 의무이행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유럽의회는 테러 자금 추적을 위해 EU와 미국이 체결한 은행계좌정보공유협약(TFTP)의 효력을 정지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말름스트룀 위원은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EU는 포괄적인 정보와 충분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우리는 명확한 해명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2010년 미국과 계좌정보공유협약을 체결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조건으로 달았다.
이 협약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 드러날 경우, EU는 언제든지 이 협정을 폐기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지난 7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상 시작을 앞두고 미국 측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EU의 사생활보호 법규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금융거래 및 항공승객 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스캔들이 폭로된 이후 미국과의 정보공유 협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