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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미래정의는 탈핵(脫核)이 시작이다



기자수첩

    미래창조·미래정의는 탈핵(脫核)이 시작이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일본이 2015년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다자 정상회의를 대지진과 원전사고 피해지역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의 정상들을 원전 피해지역으로 불러 모으려는 의도는 일본의 복구상황을 알리고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세계의 비난 여론과 불안감을 씻으려는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상회의 개최 계획을 발표한 26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원전에서 바다로 이어진 배수로의 방사능 수치가 최근 들어 크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태풍이 후쿠시마를 휩쓸며 비를 뿌린 이후 갑작스레 높아진 것인데 결국 오염된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나갈 공산이 크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 탱크에서 오염수 300t이 유출되고 주변 흙이 오염된 것이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 땅을 땅에 파묻는다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한 간담회나 전문가 인터뷰, 현장르포 등을 종합해 보면 후쿠시마는 결코 정상회담을 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일본은 사고 후 물을 뿌려 방사능 물질을 씻어내려 했다. 고압의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길을 청소하듯 땅을 씻어내는 것이다. 그 물은 당연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갔다. 난감해 진 일본은 물을 뿌려 씻어내는 대신 오염지역 흙을 퍼내기로 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 거죽을 긁어 파내는 방법이다.

    그럼 긁어낸 흙은 어디로 갈까? 원전폐기물이라면 땅을 파고 묻겠지만 땅을 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본은 이 흙을 ‘중간저장소’에 일단 쌓아두고 나중에 처리하려 한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쌓아둘 중간저장소는 어디에 마련했을까? 마련 못했다. 버려진 밭이나 논을 임대해 그냥 쌓아두고 있다. 중간저장소가 아니라 임시 중간저장소라 부르는 곳이다.

    후쿠시마 지역은 대기보다 식물과 토양이 더 많이 오염되었다고 한다. 방사능측정기를 땅에 가까이 댈수록 위험신호가 높아졌다고 오마이뉴스 현지르포는 전한다. (10월 27일자, ‘유령도시로 변한 미나미소마’)

    그나마 이건 사람 사는 마을 쪽 상황이다. 산과 숲과 들은 손을 못 대고 있다. 산을 잘라 내던지든지 들판의 거죽을 상당한 두께로 걷어낼 방법이 없다. 비가 오면 산과 들에서 흐른 물은 다시 마을로 들어갈 것이 뻔하다. 그 산과 들에는 갑작스런 사태에 어쩔 도리가 없어 매장해야 했던 주민과 가축들이 묻혀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국제정상회의 계획을 발표하기 직전 어촌을 방문해 후쿠시마 문어·오징어를 시식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어촌들은 갯벌 해산물들을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된다고 정부의 허락을 받은 상태이다. 주로 낙지와 조개인데 시장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역어민들은 도쿄 전력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 지금도 낙지를 잡고 조개를 캐 시장에 내놓는다. 쌓여가는 낙지·조개가 어디로 빠져 나갈지 모를 일이다. 후쿠시마의 버섯재배 농가도 마찬가지다. 방사능 수치를 잴 때마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되지만 버섯재배는 보상금을 목표로 계속되고 있다.

    ◈ 미래창조를 원전과 방사능 폐기물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풍경. (김민수 기자/자료사진)

     

    사람 사는 후쿠시마 시내에서 오염 제거 작업은 거의 끝났다. 그러나 수치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기준치 보다 높게 나온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거주자 중 18세 이하였던 36만 명에게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19만 3천 명을 검사한 결과 18명이 갑상선암 확진 판정을 받았고 25명이 의심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갑상선암 평균 발병률의 10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체르노빌 때도 역시 어린이 갑상선암이 대폭 증가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외면하고 원전을 고집하는 배경이 과연 핵발전 때문일까도 의심스럽다. 언제고 군사대국으로 돌변해 미국, 중국, 유럽과 경쟁하려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의 생산과 유지를 지속해 나가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슨 야심으로 원전에 매달리는 걸까?

    원전을 옹호하는 정부 당국이나 원전 당국이 말하는 대로 핵발전소가 그리 안전하다면 도쿄 한 복판에 원전을 지으면 훨씬 효율적이다. 서울이나 뉴욕 근교에 지어도 될 거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도시에 세울 수는 없다. 사고 직후 벌어질 인명피해나 사회혼란, 안보문제까지 고려하면 대도시 근처로는 오지 못한다. 사실 일본의 예로는 멀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은 바람이나 물길을 타고 불규칙하게 확산돼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오염피해가 큰 지역도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원전 사고가 일어난 곳은 모두 선진국이다. 미국 스리마일,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모두 경험도 많고, 원전도 많고,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던 나라들이다.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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