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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서울音大의 '이상한 면직'

    • 2013-10-29 06:00

    이의 제기한 학과장 '면직' 처분…학교 측 "시간 임박해 어쩔 수 없다"

     

    서울대 성악과가 '특정후보 밀어주기' 논란으로 지난 학기 교수 공채를 철회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문제가 된 규정 그대로 다시 공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이 지난 4월 공고를 냈던 성악과 교수 공채를 철회한 건 4개월 만인 지난 8월 중순.

    박사 학위나 이에 상응하는 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명백한 규정이 있음에도, 해당 학위가 없는 지원자가 최고점으로 단독 후보에 오른 게 문제가 됐다.

    서울대 교수 공채 심사 규정에는 1단계에서 채용 예정 인원 3배수를 면접 심사 대상자로 선발하게 돼 있는데, 지원자 7명 가운데 6명이 무더기 탈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지원자가 제출한 수료증은 박사 학위가 아닌 단순 학원 수료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게 일었다.

    또 공채 심사에 핵심 역할을 한 인사위원회 역시 반드시 거쳐야 할 교수회 인준도 없이 구성되면서, "인사위 교수들이 담합해 무리하게 해당 후보를 뽑았다"는 의혹을 떨쳐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서울대 측도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 결국 공채를 사실상 철회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두 달여 흐른 지난주 다시 성악과 교수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모집 요강은 문장 하나 바뀌지 않은 상태다.

    '박사 학위 소지자 또는 박사학위에 상응하는 자격을 인정받거나 박사학위에 준하는 업적이 있는 자로서 본교 교원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라는 지원자격부터 임용(계약) 기간, 심사 사항, 제출서류 등 모든 항목이 마치 지난 번 공채 공고를 복사한 듯 똑같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 공고 때는 피아노과에서도 한 명 뽑았는데 이번에는 피아노과 대신 성악과 '남성 저음 분야'가 추가된 것뿐이다.

    ◈ "똑같은 잘못 반복 말아야" 주장한 학과장 '면직'처분

    특히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이의를 제기한 성악과 학과장을 면직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 학과장 A 교수는 "지난번과 같은 과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공채 규정을 수정한 다음 추진하자"고 줄곧 주장해왔다.

    "서울대 음대의 발전과 이를 모두 지켜보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공채부터는 반드시 깨끗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야 한다"며 규정 수정을 주장한 것.

    하지만 학교 측은 지난 4일 '면직' 처분으로 A 교수의 요구를 묵살했다.

    A 교수는 "내규를 손보고 명시화하자고 했다. 논란 소지가 되는 것들을 명백하게 규정해서 다시는 이런 싸움이 없도록, 후임이 들어와도 또다시 논란이 되지 않게 하고자 했을 뿐"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신 현 규정 그대로 공채하자고 적극적으로 주장한 교수는 부교수 직책으로 인사위원에 올랐다. 음대의 한 관계자는 "정교수들만 인사위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A 교수가 떠밀려 내려온 학과장 자리 역시 정년이 고작 석 달 남은 교수가 맡게 됐다.

    ◈ 서울大 "학과장이 행정을 지연시켜 면직"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채용 시한이 임박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고를 내도 채용까지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10월 중순까지는 채용 계획이 나와야 했다는 것이다.

    홍기현 서울대 교무처장은 "학과장으로서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A 교수가 공채를 지연시켜 면직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 처장은 "선거가 임박해있는데 법이나 절차를 개정하자고 주장하면 되겠냐"면서 "음대 내 다른 학과들은 잘하고 있고 성악과 혼자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대 전체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냐'고 덧붙였다.

    홍 처장은 또 지난 학기에 공채를 철회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해당 후보자가 정상적인 절차로 들어왔지만,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부분이 발견돼 채용을 못하게 된 것이지 철회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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