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혁명은 스티브 잡스를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잡스가 아이폰ㆍ아이패드를 통해 불러일으킨 '스마트 열풍'은 인간의 생활양식을 바꿔놨다. 잡스가 파생시킨 애플리케이션은 또 다른 산업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런 스마트폰이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다. 키워드는 '융합'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6년간 8배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태블릿PC 판매량도 2010년 2000만대 수준에서 올해 2억3000만대로 연평균 128%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의 성장세와 상관없이 IT시장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고, 수많은 업체가 성공과 몰락을 반복하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개막과 함께 몰락했고 올 9월 마이크로소트프(MS)에 인수ㆍ합병(M&A)됐다. 초기 비즈니스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블랙베리도 실적악화로 경쟁업체에 사업부문 M&A를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시장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였던 애플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아이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에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최근 신제품 출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격차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곳도 많다. PC와 태블릿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레노버ㆍ아수스ㆍ에이서 등 전통적인 PC 제조사가 모바일 제품인 태블릿을 출시하며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4인치대에서 5인치대로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10인치에서 7인치대로 소형화된 태블릿의 경계까지 허물어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PC제조사가 하나의 시장을 두고 다툴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일례가 레노버의 블랙베리 인수전 참여 소식이다.
그런데 하나의 변화가 또 있다. 스마트폰의 초기 기술혁신은 스펙(Specification) 위주의 경쟁에 머물렀다. 누가 더 얇고 가볍게 만드느냐, 화면의 해상도가 HD인가 풀HD인가가 혁신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의 기술혁신 방향은 단순한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제품의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컨버전스(Conve rgence)로 변했다. 스마트폰의 무게와 두께의 변화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종異種기술을 스마트폰에 접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의 신제품은 지문인식기술을 접목했고 삼성은 초기단계이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구부러진 형태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구글의 구글 글래스, 삼성의 갤럭시 기어 등은 단순한 이종기술의 접목을 뛰어넘어 웨어러블(Wear ableㆍ착용가능한) 디바이스로 스마트기기 제품의 형태 자체를 혁신하고 있다.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 됐다. 하지만 기술혁신에만 집중하다가 소비자의 트렌드를 놓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때 최고의 하이테크 기업이었던 제록스나 소니도 기술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장의 트렌드를 놓쳤고 지금은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