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사람, 믿어주이소' 벼랑 탈출에 성공한 삼성은 향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이승엽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사진은 3차전에서 2루타를 때려낸 이승엽의 모습.(사진=삼성 라이온즈)
'국민 타자' 이승엽(37, 삼성)이 깊은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KS)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삼성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5차전까지 이승엽은 타율 1할5푼8리(19타수 3안타) 1득점에 머물러 있다. 특히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와 4차전 0-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에서 모두 내야 땅볼에 그치는 등 승부처에서 번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번 KS의 열쇠"라고 꼽았던 기대감이 무색할 지경이다.
본인도 답답하다. 정규리그 막판 부상으로 한 달 정도 열심히 재활과 훈련에 매진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이승엽은 "KS 전부터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살이 걸렸다"면서도 "팀을 위해 뭐라도 해보겠다"며 다짐했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이승엽을 믿을 수밖에 없다. 믿어야 하는 당위의 현실이다. 이승엽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포수 3명 엔트리로 이승엽 메울 대안 부족삼성은 이번 KS 엔트리에 포수 3명을 포함시켰다. 최고참 진갑용과 이지영, 그리고 주로 1선발 윤성환의 전담으로 나오는 이정식이다. 수비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러면서 두산보다 야수 1명이 부족한 12명으로 치르게 됐다. 이승엽이 부진해도 대체해줄 자원이 마땅치 않다. 지명타자라는 무게감에 걸맞는 타자들이 없다. 6차전도 정형식이 선발로 나설 경우의 배영섭, 대타 요원 우동균, 전문 대주자 강명구, 백업 내야수 정현 등이다.
만약 포수를 2명으로 갔다면 강봉규나 이상훈 등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었다. 강봉규는 올해 타율 2할7리 5타점에 머물렀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이상훈은 올해 1군 15경기에 그쳤지만 타율 3할5푼7리 2홈런을 날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승엽의 대안이 될 만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빠졌고, 이승엽은 예상 외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삼성이 깊은 고민에 빠지면서도 이승엽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으로서는 다행히 이승엽은 차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5차전 첫 타석에서 3득점의 징검다리를 놓는 안타를 때렸고, 7회도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대구나 목동이었다면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을 믿어야지 어떻게 해요. 해줄 겁니다"고 말했다. 과연 이승엽이 홈 대구에서 부활의 기지개를 펴며 믿음에 화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