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을 빌미로 핵보유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미 1950년대에 핵무기를 생산하려 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국무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의 사설 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가 29일 공개한 이 보고서는 국무부 내 극동지역 연구부서가 1957년 8월2일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일본 정부는 종전 후 핵무기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생산을 은밀히 검토했다. 그러나 결국은 국내외 여론 등에 밀려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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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연구소는 "1945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여된 후 일본여론은 핵무기 생산에 반대했지만, 1950년대 일본의 보수정권은 극동지역이 냉전 긴장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핵무기 생산 계획이 실행가능하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이어 "핵무기가 일본 방위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지만 핵무기 생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무마하느라 당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는 결국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노부스케 총리는 바로 '군국주의 부활'을 노골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의 외조부다.
1957년도 보고서는 대규모 반대 여론, 국제사회 반응, 정치·경제적 결과 등 핵무기를 생산할 경우 일본이 처할 여러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은 과학기술과 자원이 풍부하고 예상하지 못한 군사적 효과를 낼 신형 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단호한 결단과 경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 내에 일본이 초기 형태의, 한정된 수와 범위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의 국민은 전후 1950년대 핵무기와 관련해 절대적인 반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검토하고 있다는 증거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방위청은 현대전에서 핵무기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일부 보수 지도자들은 핵무기가 일본에 인접한 공산국가 세 나라의 인해전술에 맞서는 효과적인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총리도 이 같은 시각을 공유했다. 하지만 핵무기의 방어적 가치와 반대여론 사이에서 그의 정치적 발언은 변동을 거듭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는 현재로서는 정치적 폭발성이 강한 이슈를 공개적으로 거론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굳이 핵무기를 거론하지 않아도 고가의 연료와 전력 부족은 일본이 원자력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 중요한 명분이 됐다. 당연히 이를 위해 과학기술 인력과 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핵 과학자와 기술자 훈련, 우라늄 광석 탐구, 원자로 장비 생산을 위한 산업적 역량 개발을 강조하는 것은 곧 핵무기 생산을 위한 예비단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이라는 명분에는 여론도 우호적이었고 경제적 대의명분도 절로 따라왔다.
당시 보고서는 "비록 일본의 첫 원자로와 핵연료는 수입됐지만 곧 자체 연료와 원자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일본은 원자력 생산의 부산품으로 플루토늄 혹은 무기급에 상응하는 핵분열 물질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부터는 히로시마 타입의 핵무기를 다수 개발하는 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며 최단 5년 만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핵무기를 생산하지는 않았지만,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핵무기 생산 능력은 키울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노틸러스 연구소는 현재 일본을 잠재적인 핵무장국으로 평가했다.
연구소는 "일본의 기술력, 자원, 자본력을 볼 때 언제든 단시간 내에 핵무기를 생산해낼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