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중국의 여유법이 시행된 뒤, 한 달 사이에 중국인 관광객이 30%~50% 급감했다. 여행업계와 쇼핑점 등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 여유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여유법이 관광 시장에 끼친 영향과 대응 방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여유법 시행 후 명동은 울상
② "물건 안 사면 못 나가"…저질 여행상품 난무했으니③ '한국은 싸구려' … 벗어날 기회
"여유법은 진작 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안 한 게 이상한 거죠." 한 여행업계 관계자가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중국이 저가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한다는 골자의 여유법을 시행한 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달보다 30%~5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와 쇼핑점 등도 매출이 감소했다며 울상인 상황이라고 하는데,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여유법을 진작 발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같은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아세요. 그런데 정작 한국을 한번 다녀오면 다시는 안 오려고 해요. 일부 여행사의 초저가 관광 상품과 말도 안 되는 쇼핑 옵션 때문입니다."
(송은석 기자)
그의 설명에 따라 저가 관광을 온 한 중국인의 여행기를 가상으로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올해 1월 중국인 A씨는 한국을 방문했다. 7일 일정에 약 34만 원짜리 초저가 단체 관광 상품이었다.
다른 상품보다 50~60%는 저렴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여행업체에서 유명 관광지도 다 가고, 숙박도 나름 평이 좋은 깨끗한 곳에 묶는다고 설명해 A씨는 안심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싼 가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큰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한 후 그는 애초 공지된 관광 코스에 절반은 가지도 못했다. 오히려 가이드가 강제로 끌고 간 쇼핑센터에서 바가지 요금으로 물건을 사는 데 시간을 다 썼다.
7일 여행 중 쇼핑센터만 무려 10번을 방문했다. 심지어는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 안 사려 하면 가게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했다.
또 서울 근처라던 숙소는 1시간 30분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경기도 외곽이었다. 하루는 예약에 차질이 생겨 숙소가 없다면서 영등포 소재 찜찔방에서 잠을 자게 했다.
"이런 건 저가 상품이라고도 하면 안 돼요. 저질 상품이라고 해야죠." 인터뷰를 하던 업계 관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말을 마쳤다.
◈ 바가지 쇼핑에 5000원짜리 삼계탕? 불만 가득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사무실도 없는 군소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이러한 상황은 업계의 과당 경쟁으로 이어졌고, 원가에 못 미치는 저가·저질 상품을 낳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행사는 관광객을 보낸 중국 업체에게 1인당 10만~20만 원의 인두세를 줬다. 그리고는 인두세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저급한 식사를 제공했고, 바가지 쇼핑을 강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외국인 전용 기념품점에서는 건강 기능 식품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았다. 2~3만 원짜리 인삼을 30만 원으로 10배 이상은 뻥튀기 해 팔았다. 매장은 판매액의 50%~60%를 가이드와 여행사에 사례비로 줬다.
어느 삼계탕집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오면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의 삼계탕을 내놨다. 평소 1만 2,000원 파는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5,000원짜리 삼계탕에 어떤 상태의 닭인지 상상도 안 된다"며 혀를 찼다.
(유연석 기자)
이런 식으로 정해진 일정과는 달리 쇼핑을 강요하고, 저급한 식사를 내놓는 일부 여행사들의 초저가 상품이 활개를 치자 한국을 다녀온 중국 관광객들이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여유법 시행 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며 주변 여행사들이 우는 소리를 하고, 실제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 관광객만 전문적으로 받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고, 이런 결과는 스스로 자처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