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랬을까'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엽을 키플레이어로 꼽으면서 '폭탄 6번 타순'이라는 표현을 썼던 류중일 삼성 감독.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6차전이 열린 31일 대구구장.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23일 KS 미디어데이 때 발언에 대해 때늦은 회한을 드러냈다. 이른바 '폭탄' 발언이다.
당시 류감독은 KS 키플레이어에 대해 이승엽과 정병곤을 꼽았다. 특히 이승엽에 대해서는 "정규리그 때 3, 4번을 치다가 6번으로 들어가는데 6번은 폭탄 타순이다. 이승엽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장기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5차전까지 타율 1할5푼8리(19타수 3안타) 1득점의 부진에 빠져 있다. 특히 승부처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와 4차전 0-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에서 모두 내야 땅볼에 머물렀다.
류감독은 "왜 그때 폭탄이라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 했다. 이어 "(이승엽이 부진하니) 폭탄에서 불발탄이라는 말이 나오더라"면서 "언론에서 참 잘도 만들어낸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신조어를 만들어낸 데 대한 얼마간의 자부심도 엿보였다. 류감독은 "그래도 폭탄 타순이라는 말은 내가 처음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지난해 우승 뒤 강연 때 영감을 얻어 잘 써먹었다"고 말했다.
▲'폭탄 타순' '1+1 선발' 기대 못 미쳐
이뿐이 아니다. 류감독은 "선발 1명을 더 준비하는 '1+1 선발'도 내가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류감독은 6명의 선발 중 2명을 롱릴리프로 돌리는 '1+1' 전략을 요긴하게 써서 2년 연속 우승을 일궜다.
하지만 '폭탄 타순'이나 '1+1'이나 올해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승엽의 부진과 함께 삼성은 외국인 투수 카리대가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1+1' 선발 작전의 위력이 반감됐다. 차우찬 1명만이 예비 선발로 뛰고 있다.
류감독은 "외국인 투수 1명만 더 있었더라도 시리즈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6명을 운용하며 '1+1' 전술을 썼다면 이렇게 밀리지 않았으라는 것이다.
또 류감독은 "2차전 연장 10회말과 11회말 1점을 냈다면 우리가 3승2패로 앞섰을 텐데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폭탄 타순 이승엽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은 발언이다.
과연 류감독의 회한이 오랜 아픔으로 이어질지, 우승 뒤 한때의 추억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