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유쾌한 자진사퇴'가 또 있을까. 상상초월 35가지 복지혜택과 직원 직선제 투표로 승진을 결정짓는 별난회사 여행박사의 신창연(50)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 29세 고졸 사장이 탄생했다.
31일 여행박사에 따르면 창업주인 신창연 대표가 최근 치러진 직선제 투표에서 79.2%의 지지율로 재신임을 얻었지만, 80% 미만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0.8%포인트 차이로 대표이사직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후 팀장급 40명이 긴급회의를 열어 차기 대표이사를 선출하게 됐고, 현재 일본팀 팀장이자 '1억원 인센티브' 신화의 주인공인 주성진 대표가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나머지 2명의 후보를 제치고 새 대표로 뽑혔다. 주성진 대표는 앞으로 직원수 250명이 넘는 여행박사를 총괄 운영하게 된다.
주성진 대표는 고등학생 때 여행박사 홈페이지에 일본여행과 관련된 댓글을 활발히 달아 신창연 대표에게 발탁된 인물이다. 지난 2002년 19세에 대학입학 대신 여행박사에 입사했다. 2011년에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 최근까지 일본팀을 이끌어 왔다. 대표이사 임기는 12월 1일부터 1년간이다.
신창연 대표는 여행박사 선거제도에 따라 한단계 강등된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게 된다. 신창연 대표는 "10년이고 20년이고 퇴직할 때까지 죽어라 일만 해야 하는 게 샐러리맨의 현실"이라면서 "직장인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 주고 싶었다"고 이번 인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여행박사의 파격적인 직제개편과 조직운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6년에 32세와 29세의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선출해 신창연 대표가 대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우려와 달리 급변하는 여행업계에서 6년간 여행박사는 '젊은 기업'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여행박사는 지난 2008년 파산의 위기를 격은 적도 있지만 3개월만에 훌훌털고 현재는 연매출 1300억원에 영업이익만 130억원, 해외여행 송출 34만명을 헤아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0년 여행박사를 창업한 신창원 대표는 14년간 톡톡 튀는 경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 직원이 투표를 하면 모두에게 50만원씩의 용돈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 화제가 됐다.
현재는 펀(FUN) 경영을 펼치며 직원 모두에게 가족 1명을 동반해 무료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하는 등 35여 가지에 달하는 직원복지로 유명하다. 전 직원들에게 개인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전산시스템으로 사장부터 말단사원까지 지출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한 경영도 사원들이 사장 마인드로 일하는 한 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