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가족 언론시사 기자간담회(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한반도 남북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남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재미와 의미가 공존하길 바란다. 영화 속 메시지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제작한 영화 '붉은 가족'(감독 이주형) 개봉을 앞두고 3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붉은 가족은 가족으로 위장한 네 간첩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 감독은 앞서 '풍산개'에 이어 두 번째로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를 제작했다.
김 감독은 "1년 반전 시나리오를 쓸 때 남북관련 영화가 많았다"며 "솔직히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동창생' 등과 순수하게 경쟁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들 영화가 제작비나 절대적 관객수치는 더 높겠지만 적어도 영화적 가치에 있어서는 붉은 가족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남북관계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다. 남북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인 만큼 오락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다. 붉은 가족은 남북통일과 인간, 가족에 대한 가치를 담으려고 애썼다."
그는 남북한 소재의 영화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란 말도 했다. 그만큼 진실 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붉은 가족은 김기덕필름이 직접 배급하게 되면서 개봉일이 예정보다 앞당겨줬다. 그 결과 최승현이 주연한 영화 '동창생'과 같은 날인 6일 개봉한다.
김 감독은 "동창생과 한번 맞붙고 싶었다"며 "솔직히 개인적인 감정인데 아직까지는 쇼박스가 투자 제작한 영화보다 실적은 아니고, 가치에 있어서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 감독은 과거 김기덕필름서 데뷔한 장훈 감독이 연출하고 쇼박스가 투자 배급한 영화 '의형제'와 깊은 악연이 있다.
붉은 가족은 프랑스에서 유학한 이주형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이 감독이 직접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인간에 대한 진실한 시선을 느꼈다"며 "첫 장편인데도 중심을 잃지 않고 연출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붉은 가족은 완벽한 가족으로 위장한 남파 간첩 가족과 돈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이웃 가족의 모습을 대비하며 가족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기본적으로 무겁고 슬픈 이야기나 유머도 살아있다.
간첩 가족의 일원으로 출연한 손병호는 "김기덕 감독이 썼나 의심될 정도로 따뜻하고 마음에 와 닿는 시나리오였다"며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 간첩을 이끄는 조장 역할의 김유미는 "일본관객들이 우리의 웃음코드를 많이 이해하고 처음에는 웃다가 마지막에 많이 울더라"며 "우리나리 관객도 많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영화는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 감독은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자신의 선택과 무관한 공동체가 주어진다"며 "그곳에서 생겨나는 정체성의 고민, 개인의 정체성과 대립하는 공동체의 이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 딜레마를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15세 관람가, 99분 상영,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