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와 강철 어깨' 삼성은 1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이승엽(왼쪽)이 적시타를 때려내고, 믿을맨 차우찬(오른쪽)의 역투 등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대구=황진환 기자)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KS)까지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뒤 3연속 통합 우승은 삼성이 처음이다.
해태(현 KIA)가 1986년부터 4년 연속 KS를 제패하긴 했지만 모두 정규리그 1위는 아니었다. 정규리그는 물론 포스트시즌(PS)까지 최강임을 입증한 셈이다.
특히 올해 우승은 지난 2년보다 험난한 여정을 달려온 까닭에 더욱 값졌다. 지난 2년 연속 KS 우승에 비해 전력이 약했다. 무엇보다 PS에서 세 가지 변수가 생겼다.
▲정병곤, 김상수 공백 메워먼저 시즌 막판 주전 유격수 김상수의 손목 골절상이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수비의 핵이자 공격에서 제몫을 해준 김상수의 공백은 컸다. 정규리그에서 김상수는 타율 2할9푼8리 7홈런 44타점 57득점 14도루를 올려줬다.
수비력이 좋은 정병곤이 대신 나섰지만 공격력에서는 의문이었다. 정병곤은 올해 타율 2할1푼3리 5타점에 머물렀다.
여기에 삼성은 배영섭, 정형식 등 1번 타자들이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1번도 소화할 수 있는 김상수가 더 아쉬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다른 선수는 몰라도 김상수는 대안이 없기에 절대 다쳐서는 안 되는 선수"라고 강조한 이유다.
'상수야 보고 있니?' 삼성 유격수 정병곤(사진)은 한국시리즈에서 주전 김상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사진은 5차전에서 천금의 강공 안타에 이어 박한이의 적시타 때 쐐기 득점을 올리는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하지만 정병곤은 무리없는 수비와 함께 타선에서도 소금같은 역할을 해냈다. 5차전에서 천금의 번트 뒤 강공 안타로 승리의 발판을 놨고, 운명의 7차전에서도 6회 안타를 치고 나가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상대 송구 실책을 이끌어내며 5점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김상수의 공백을 지워낸 장면들이었다.
▲차우찬+안지만 듀오 또 다른 '+1 선발' 여기에 삼성은 외국인 선수 1명이 KS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올해 3승5패 평균자책점(ERA) 4.40을 올린 로드리게스를 퇴출하고 데려온 카리대 역시 2⅓이닝 7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때문에 삼성은 지난 2년 연속 우승의 원동력이던 '1+1 선발'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선발 요원 6명으로 일단 4선발 체제를 축으로 2명 선발을 언제든 투입할 수 있게 하는 전술이 틀어졌다.
차우찬이 성공적인 '+1 선발'로 맹위를 떨쳤지만 1명이 부족했다. 특히 연장 13회 끝에 졌던 2차전에서 믿을 만한 대체 선발 요원이 있었다면 마무리 오승환이 4이닝이나 던지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류감독도 "선발 요원 1명이 있었다면 시리즈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우찬과 함께 안지만이 대체 선발 요원의 공백을 메워줬다. 차우찬은 4차전 6⅓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데 이어 6차전 2⅓이닝을 책임지며 강철 어깨를 과시했다. 안지만 역시 5차전 3 ⅔이닝, 6차전 1⅔이닝, 7차전도 1이닝을 소화하는 등 3연승의 발판을 놨다.
▲'극도 부진' 이승엽, 7차전 동점타 부활
또 삼성은 중심 타자 이승엽의 예상 밖 부진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사실 지난해 이승엽은 SK와 KS MVP였다. 1차전 2점 홈런과 6차전 싹쓸이 3타점 3루타 등 타율 3할4푼8리 7타점을 올려줬다.
하지만 올해 KS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6차전까지 타율 1할3푼(23타수 3안타)에 머물렀다. 특히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와 4차전 0-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 등 승부처에서 침묵했다. 류감독은 "2차전에서 만약 이겼다면 우리가 3승2패로 앞서 갔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곱씹은 이유다.
지난 2년 연속 우승 전력에서 손색이 있었던 삼성. 정규리그 1위로 KS에 선착한 장점을 업고도 두산에 사상 첫 정규리그 4위의 우승을 내준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승엽도 마지막 7차전에서 다소 명예를 회복했다. 1-2로 뒤진 5회 핸킨스를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날리며 역전승의 디딤돌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