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의 부진을 털고 우승으로 가는 발판을 놓았다. (대구=황진환 기자)
"이제 나올 때도 됐는데…."
한국시리즈 7차전을 앞두고 이승엽(삼성)이 한 말이다. 6차전까지 23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 무엇보다 득점권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2차전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 4차전 0-2로 뒤진 9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 모두 내야 땅볼로 찬스를 날렸다. 어찌보면 이승엽의 바람이 담긴 말일 수도 있었다.
이승엽의 부진에도 류중일 감독은 끝까지 이승엽을 믿었다.
결정적인 순간 해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결승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극적인 동점 3점 홈런,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 역전 2점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결승 투런포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기대에 부응했다.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1할대 타자를 끝까지 믿었던 이유다.
이승엽은 1일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7차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1회말 1사 1, 2루에서 유희관에게 1루 땅볼로 아웃됐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1루수 오재일의 정면으로 향한 탓이었다. 4회 2사 1, 2루에서는 볼넷을 얻어냈다.
1-2로 뒤진 5회말. 결국 이승엽이 터졌다. 시원한 홈런포는 아니었다. 하지만 승부의 흐름을 삼성으로 가져오는 결정적 적시타를 날리며 류중일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1-2로 뒤진 5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데릭 핸킨스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승엽의 올해 한국시리즈 첫 타점이었다. 한국시리즈 7경기, 정확히 30타석 만에 나온 소중한 타점이었다. "나올 때가 됐다"는 이승엽의 말대로 삼성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 이승엽의 방망이가 터졌다.
무엇보다 이승엽의 적시타는 삼성이 6회말 대거 5점을 뽑으면서 7차전을 따내는 발판이 됐다. 큰 경기마다 터졌던 홈런포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어떤 홈런 못지 않은 소중한 안타였다.
이승엽은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한국시리즈 7차전을 표현했다.
그리고 6차전까지의 부진을 털고 삼성의 우승에 기여했다. "부진해서 그런지 우승을 하면 감동이 더 할 것 같다"는 이승엽의 말대로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승엽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