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CBS가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개설한 착한직거래장터에서 시민들이 농촌에서 직송된 각종 식재료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농산물직매장 수는 모두 1만 6816곳으로 연간판매금액이 8800억 엔에 이른다. 일본 내 최대 지점을 거느린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1만 5218개·2013년 3월 기준) 보다 더 많은 숫자다.
오이타현(大分縣) 오야마(大山)농협. 지난 1990년 일본농협 최초로 농산물직매장을 문 연 '1호'다. 이 농협은 영세한 농업여건에서 소량 다품목 생산과 고부가 농업의 실현이 활로라고 보고 1990년 210 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농산물직매장 '고노하나 가르텐'을 문 열었다. 여기에 각 농가에서 생산한 과채류와 쌀, 꽃, 가공농산물을 제철에 내놓고 출하부터 진열까지 농민들이 직접 챙겼다. 가격을 스스로 매기는 한편 판매 소진된 품목에 대해서는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생산농가에 연락해 즉시 추가 출하토록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던가. 매출은 해마다 늘고 고객 수가 눈덩이로 불어났다. 점포 개설 첫해 6800만 엔이던 매출이 2011년에는 15억 5300만 엔으로, 210호에 머물던 농가 수는 3587호로 각각 늘어났다. 이 농협의 사례는 이후 '미치노 에키'(도로 휴게소)의 모델이 됐다.
일본 농협이 농산물직매장 운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농산물직매장이 폭넓게 확산된 것은 로컬푸드(Local Food)를 뜻하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촉매제가 됐다. 1980년대 초 지역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 개념이 생겨났고, 1993년부터는 주요 도로 교통요충지에 미치노 에키에 농산물직매장이 들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본 정부는 2005년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에 따른 식료 자급률 향상을 위해 지산지소 운동을 적극 전개하면서 잔뜩 힘을 실었다.
일본 내 농산물 직거래는 농가 앞 개별판매, '아사이치(朝市·아침시장)' 같은 전통적인 형태, 도심 직거래장터, 농가 택배 판매, 생협 등과의 계약재배 판매 등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다. 최근 들어서는 다수의 농가가 출하해 판매하는 직매장 형태가 급속히 수를 불리고 있다.
직매장의 운영 주체도 생산자, 농협, 지자체, 제3섹터 등으로 다양하다. 운영주체별 연간 판매액은 2009년 기준 농협 2811억 엔(32.1%), 생산자 2452억 엔(28%)으로 이 두 곳이 전체 판매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농산물직매장은 현재 순항 중이다. 매장면적 1㎡당 연간판매액은 38만 엔으로 수퍼마켓, 편의점에 못미치지만 종사자 1인당 판매액은 연간 1069만 엔으로 상당한 규모다. 농산물직매장의 인기몰이는 생산장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은 규격 이외의 농산물과 소량 판매가 가능하고 가격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보니 특히 영세·고령 농가들의 생산 의욕이 높아졌다. 신선하고 안전한 제철농산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들도 반색일 수밖에 없다.
초창기 농산물직매장은 신선한 청과물 판매를 중심이었으나 최근 들어 농가레스토랑이나 체험농장 등 관광사업과 연계하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농업 6차산업화' 정책에 따라 제도적인 길을 터주면서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