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정치적 다툼과 의원들의 호통치기, 수박겉핧기 식의 국감 등 예년의 국감 때 나타났던 문제점이 올해도 재연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630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피감기관 숫자가 이미 부실 국감을 예고했고, 증인 숫자도 지나치게 많아 피상적 국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상시국감에 대한 필요성도 다시 등장했다. 현재 국회법 상으로도 상시국감은 가능하다. 특정 기간을 정해서 동시다발적으로 국가기관들을 감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상임위 별로 별도의 기간을 정해서 감사를 하되, 소위원회별로 세분해서 실시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당별, 상임위 별로 중복되지 않게 현안을 배분하고, 보다 집중적·체계적으로 감사를 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도 모색할 때가 됐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자료 요구도 문제지만, 감사 일정에 임박해서 자료를 제출하는 행정부나 피감기관의 행태도 고쳐져야 한다. 단골 메뉴로 지적되는 의원들의 준비 부족 못지 않게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 일부 피감기관장의 오만방자한 태도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감기관장이 정권의 배경을 믿는 탓인지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회법과 국정감사법에 명시되어 있는 처벌 조항을 강화하고, 고발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해 보다 참여도와 성실도가 높아졌고,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사전조사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정책 국감을 이끌었다"는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긍정적 평가도 가볍게 보아 넘길 필요는 없다. 특히 경실련이 올해 국감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국회의원 34명의 명단을 공개했듯이 정책적으로 심도 있는 국감을 한 의원과 상임위도 있다. 따라서 올 국감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은 시정하고 개선해 나가되, 진전된 부분을 더욱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더라도, 국감 이후 여야의 대치가 더욱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감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추동력이 발휘될지 미지수다. 그렇게 되면 내년 국감도 다시 문제점만 지적되고 해를 넘기는 행태가 되풀이 될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대처가 절실하다. 국감을 내실 있고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방안은 이미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는 상태다. 다만 이를 여하히 제도적으로 손질하고 보완하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다. 국감 이후 '댓글 의혹'과 각종 현안 등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하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 국감 개선을 위한 대책을 구체화하길 촉구한다.
최창렬 (CBS 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