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독일 베를린 주재 대사관에서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지어 미국이 베를린 대사관 내 도청시설을 폐쇄하고 나서도 영국은 계속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출한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보기관인 GCHQ는 베를린에 있는 독일 연방의회와 메르켈 총리 관저 코앞에서 도청 시설을 운영했다.
NSA 문서와 항공사진, 과거 독일 내 첩보 활동에 관한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 GCHQ는 대사관 지붕에 있는 고성능 장비를 이용했다.
도청 시설은 베를린 주재 영국 대사관이 2000년 문을 연 이래 계속 있던 하얀색 원통형 텐트 같은 구조물 안에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구조물은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구조물은 GCHQ가 냉전 시절 독일과 소련의 통신을 가로채려고 서베를린에서 운영한 도청 시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대사관 내부에 있는 장비를 이용하면 총리 관저 등 주변에 있는 정부 건물을 포함해 베를린 전역의 휴대전화 통화와 와이파이 망을 오가는 데이터, 장거리 통신 등을 빼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디펜던트지는 영국이 EU 동맹국 수도인 베를린에서 도청 시설을 운영했다는 의혹 때문에 영국과 독일 간 관계가 시험에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이면서 사생활과 정보 보호 운동가인 얀 알브레히트는 "GCHQ가 독일 주재 대사관 지붕에 도청 시설을 뒀다면 이것은 분명히 정치인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삼은 것인데, 이들이 위협이 됐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