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에서 군부 독재 시절 작성된 기밀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과거사 규명 작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구스틴 로시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군사 정부와 관련된 280건의 문서 원본을 발견했다"며 공군 본부 내 지하실에 있던 금고와 벽장에서 문서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발견된 일부 문서에서는 군부 독재 때 실종된 활동가들의 이름이 적힌 일명 '블랙리스트'가 포함돼 있다고 군 당국자들은 전했다.{RELNEWS:right}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군총사령관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가 나면서 이사벨 페론 정부(1974~1976년)가 무너졌다.
이렇게 시작된 군사 독재는 1983년까지 이어졌다.
'더러운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이 기간 인권활동가와 지식인 등 약 3만 명이 실종됐으며 대부분이 비밀수용소에서 고문을 받고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이자 전임 대통령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는 카를로스 메넴 정부 시절 중단된 과거사 규명작업을 다시 시작했고, 아내가 이끄는 지금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는 물론 군 당국도 발견된 문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문서에 담긴 블랙리스트에는 유명 작가인 훌리오 코르타사르와 대중적 포크가수인 메르세데스 소사 등 아르헨티나 예술인과 지식인 153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또 대표적 인권단체인 '5월 광장의 어머니들' 대표인 에베 보나피니와 관련된 정보도 포함돼 있다.
로시 장관은 찾아낸 기밀문서는 당시 군사정부가 2000년까지 집권하려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향후 독재 정권의 내부 작업을 보여줄 문서가 추가로 발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