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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법정에 선 정당, '우려'와 '이견'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제2의 긴급조치, 반 민주적 진보당 해산기도 중단' 기자회견에서 한 당원이 정당 해산기도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거꾸로 들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정당 해산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은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5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서다.

    헌법학자들은 우려가 앞선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합진보당이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세력인지에 대해 유권자인 국민이 투표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싶다"고 말했다. '법의 논리'보다 '표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사형제 논란을 예로 들며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을 선진국으로 보듯 정당해산심판청구 역시 부끄러운 것이다. 국격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정당해산의 효율성'도 학계는 따졌다. 복수의 헌법학자들은 "정당을 해산했을 경우 당원들이 오히려 지하로 숨어들거나 암약할 수 있어 헌법질서의 보호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통합진보당이 설령 해산되더라도 당원들의 무소속 출마를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무용론도 있다.

    정치적 자유의 위축을 우려하거나 법리적 판단을 둘러싼 이견도 표출되고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전공노까지 포함한 대선 관련 트위터 글 징계 발언을 거론하며 "박근혜정부가 이제는 결사의 자유에 있어 우리 사회의 미니멈 수준까지 건드리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한민국 질서의 근본적인 재구조화가 목표인가"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또 "정당은 사회의 부분을 대표하는 결사체"라며 "(정부가) 국민주권 논리를 가지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통합진보당의 강령 자체가 위배라고 보는 건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김두식 경북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날 때' 같은 요건을 아무 데나 들이대는 것이야말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행위"라며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다. 큰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이석기·RO=통합진보당'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느냐도 쟁점이다.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면 이석기 의원과 무관한 의원들과 당원들도 모두 '주사파'로 규정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진보당은 현재 RO가 주축인 범경기동부연합이 당권을 장악하고 소속 국회의원 등 상당수가 RO 조직원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독일의 사례에 견주어 '부분 해산' 결정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됐던 통합진보당 경기도당만 해산하라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통진당 강령은 합법적 진보정당의 틀 내에 있다. 공당으로서 통진당과 이석기의 사조직은 동일시될 수 없다"며 "이석기 자신도 법적으로는 무죄 추정을 받는 상태인데 그런 몰상식한 결정이 일베가 아니라 각의에서 이뤄졌다니, 한심하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석기 의원이 이제 기소가 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데 정부에서 미리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내겠다는 것은 국정원 사건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문제제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 판단을 지켜본 후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과는 전혀 다른 강경책 일색이라는 것이다.

    (사진=윤성호 기자)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났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정부가 지적한 연방제 방식의 통일,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은 이미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거나 총선에서 주장해왔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추진됐던 적이 있다는 논리도 일각에서 제시됐다.

    또 조봉암의 진보당 사례도 참고된다. 1958년 이승만 정부는 진보당의 등록을 취소하고 직권으로 강제해산했는데, 당시 진보당이 채택한 강령은 "변혁적 세력의 적극적 실천에 의하여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착취 없는 복지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봉암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런 강령의 합헌성을 인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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