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순방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이동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케리 장관의 이번 방문은 지난 7월 시작한 양측의 평화 협상이 중단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지난 석 달간 교착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양측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은 연쇄 회담을 가진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화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갈등과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라며 "서로 비난하는 등 대립각을 보이고 있고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양측 지도자들은 이 지역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향해 공동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케리는 평화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최대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도발적인 행동을 일삼고 인위적인 사건을 만들면서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결정은 회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압바스 수반과의 회담도 매우 유익했다"고 전제한 뒤 "압바스 수반이 평화협상을 100% 수행할 것이라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측은 정착촌 건설을 불법이라 확신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를 도움이 되지도 않고, 타당한 것이라고도 믿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최대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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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는 또한 압바스 수반이 평화협상이 진행되고 (이스라엘이 수감 중인)무장대원들을 석방하는 한 팔레스타인의 국가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유엔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미국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7천500만 달러 규모의 지원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발표했던 2천500만 달러 규모의 지원계획과 합쳐 약 1억 달러 규모가 된다.
이 지원금은 서안지구에 도로와 학교, 진료소 등의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건설하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다.
케리 장관은 "미국의 지원으로 팔레스타인 주민과 일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측 관리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평화협상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케리 장관은 압바스 수반과 회담 뒤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이어 7일에는 요르단을 방문, 압바스 수반과 두 번째 회담을 갖는다.
케리 장관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이틀 전 이스라엘 정부는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정착촌에 약 1천900채의 신규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팔레스타인은 강력히 반발했다.
양측은 또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협곡의 귀속 문제, 요르단 국경 보안장벽 설치 등의 현안에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앞서 케리 장관은 5일 텔아비브에 있는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 기념관을 방문한 뒤 양측의 평화협상 타결을 거듭 강조했다. 라빈 전 총리는 1995년 팔레스타인과 협상에 반대해온 극우주의자에 암살당했다.
케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라빈이 보여줬던 것처럼 용기를 갖고 평화의 노래를 힘차게 부를 수 있는 목소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이유를 팔레스타인 탓으로 돌렸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인위적으로 (협상)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자신은 평화협상 조건으로 정착촌 건설 중단을 수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을 풀어주는 것에는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UAE, 알제리, 모로코 등을 순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