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와의 접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기뻐하는 부산 KT 선수들 (사진 제공=KBL)
"허재야, 너네랑 우리가 하위권 다툼을 할 것 같다"
전창진 부산 KT 감독이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전주 KCC의 허재 감독에게 건넨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한 마디다.
8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전주 KCC와의 대결은 지켜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전창진 감독의 농담섞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두 팀은 시즌 전 약체라는 예상을 뒤엎고 초반부터 순위표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뒀다.
김민구가 가세한 뒤 무패 행진을 달리던 KCC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KT는 이날 KCC의 5연승을 저지하며 77-72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8승4패째를 기록해 KCC(7승4패)를 4위로 끌어내리고 단독 3위가 됐다.
KT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1승이다. 올 시즌 접전 끝에 승부처에서 상대를 제압한 경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의 냉정한 평가와는 달리 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KT의 맏형 송영진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가세한 외국인선수 앤서니 리처드슨이 송영진에게 KT의 전력이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냐고 물었다. 그 당시 KT는 시즌을 대비한 연습경기에서 부진을 거듭해 팀 분위기가 처져 있었다.
하지만 송영진은 "우리는 약하지 않다. 개의치 말고 네 플레이를 하면 된다"며 리처드슨을 독려했다. 전 시즌 꼴찌였다가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던 시즌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시즌을 예로 들며 리처드슨에게 힘을 실어줬다.
송영진은 이날 전창진 감독이 꼽은 수훈선수 중 한명이다. 송영진은 이날 양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창진 감독은 "영진이가 그동안 부진했는데 오늘 모든 것을 만회했다. 자기 역할을 200% 이상 해줬다"며 칭찬했다.
송영진은 5반칙 퇴장을 당한 조성민의 부재 속에서 4쿼터 내내 끌려갈 때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그는 "우리가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기를 할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오늘은 성민이가 4쿼터에 없었지만 누가 들어오든 그 선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지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는다. 송영진은 "오랜만에 시소 게임을 했고 4쿼터에 역전해서 이겼다.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제 우리가 강팀이 될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KCC가 너무 잘 나가고 있었는데 그 팀을 잡아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됐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