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과 방은진 고수(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2004년 10월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한 30대 평범한 주부가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돼 검거됐다. 그녀는 당시 재판도 없이 대한민국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 파리와 대서양 외딴 섬에서 765일 동안 억류되는 억울한 일을 켞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은 사건 발생 2년 뒤 조명돼 세상에 알려진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전도연이 오직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남미 가이아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던 중 마약운반범으로 오인돼 대서양 외딴 섬에 수감되는 주부 송정연을 연기했다.
고수는 빚보증으로 모든 것을 잃고 자신 때문에 아내가 머나 먼 타국에서 곤경에 처하자 아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 종배를 연기했다.
전도연과 고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 놀라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문도 모른 채 교도소에 갇히게 된 한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가슴 아팠다"며 "실제 사건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충격적이었고, 이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수는 "촬영하면서 너무 답답했다"며 "종배가 할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로는 "전도연이 출연한대서 결정했다"며 "실제로는 영화의 처음과 끝에만 만났다"고 웃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나 캐릭터는 실제와 차이가 있는데, 제가 본 종배는 평소 재판, 소송, 이런 것과 거리가 먼 인물인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외국의 감옥에 갇히게 되다. 남편이자 가장인 종배의 절박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영화는 사건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해외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프랑스 오를리 공항, 주불대사관,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나야요 여자 교도소에서 로케이션이 이뤄졌다.
방은진 감독은 "도연 씨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많은 부분을 혼자서 부딪히고, 전혀 모르는 배우들과 작업해야 했으니까"라고 해외 촬영의 어려움을 전했다.
"다행히 제작진이 해외 촬영 경험이 풍부해서 큰 도움을 받았고, 다만 한정된 시간 내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가장 큰 도전은 현지 배우들을 뽑아서 그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전도연은 "교도소 장면의 경우 송정연이라는 인물이 수감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장면이라 부담이 극도로 치달았다"며 "낯선 나라에서 현지 배우들과 연기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오히려 그런 심정들이 정연의 절망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아이, 남편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던 그는 "생각보다 어려우면서 생각보다 잘 이겨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가 클수록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하던데, 그럴 때 떨어지게 돼서 처음에는 너무 불안하고 답답했다. 현지에서 전화도 잘안돼서 너무 힘들었는데, 현지의 빡빡한 스케줄에 치이면서 힘듦이 그리움을 덮었고, 어느 순간 제 연기적인 어려움과 그리움이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하면서 여성 수감자와 교도관이 엑스트라로 출연한 비화도 전했다.
방은진 감독은 "교도소의 수감실, 식당, 운동장 등에서 촬영하기 위해 실제 수감자들을 어디론가 이동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이들의 출연을 권유했다"며 "그들 중에서는 실제 배우 지망생도 있었다"며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언급했다.
전도연은 "제소자들의 죄가 대다수 살인이라고 해서 정말 겁이 났다"며 "혹시나 해꼬지하지 않을지 그런 우려도 나왔는데, 막상 그들이 뭔가를 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임해줘서 놀랐다"고 반전된 상황을 전했다.
방은진 감독은 영화 '오로라 공주' '용의자 X'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한때 여배우로 활약했다.
전도연은 "선배 연기자라 그분 앞에서 연기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또한 배우로서 선배 대접을 해야 하는지 감독으로 대해야 하는지도 처음에는 난감했다"고 했다.
"감독님과 이번에 작업하면서 배우로서의 열정도 봤다. 감독님께 계속 배우로 활약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전했다." 방은진은 이에 "전도연 씨가 연출하면 제가 배우를 하겠다"고 해서 전도연을 난감하게 했다.
전도연은 극중 고수와 부부로 나온 것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전도연은 "고수 씨가 어려 보여서 우리 두 사람이 생활인 부부로 보일지 걱정됐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급체로 쓰러진 자신을 돌봐주는 모습에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
"도미니카에서 촬영하던 중 제가 급체로 쓰러졌는데, 고수 씨가 제가 회복될 때까지 손을 안마해줬다. 고수 씨 촬영이 없었는데 점심도 안먹고 저를 지켜봐줘서, 그때의 기억이 계속 남아 있었다."
고수는 "제가 급체한 기억이 있다"고 그때의 행동을 설명했다.
"종배가 정연을 만나러 도미니카까지 가는데, 실제로 선배님이 새까맣게 타고, 살도 많이 빠져서 너무 마음이 안좋았다. 설상가상 어디 아픈지 너무 불안해보였다. 손을 잡았는데 정말 그 더운 날에 얼음처럼 차더라. 근데 선배님이 힘든 내색을 안했다. 그래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계속 주물러 드렸다."
녹록치않은 여정을 담은 영화라 방은진 감독은 만감이 교차되는지 지난 밤 한숨도 못잤다는 말로 영화를 소개하는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기사를 접하고, 도대체 무슨 일로 프랑스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며 "실제 인물들의 심경과 배경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어떻게 접목시켜서 표현할지가 큰 과제였다"고 했다.
또한 영화를 통해 "단칸방이라도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올 연말 가족과 함께 보면 좋겠다"고 전했고, 고수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서 저 역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12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