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스버리, 같이 살자' 올 시즌 메이저리그 FA시장에서 외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추신수와 제이코비 엘스버리(왼쪽 작은 사진). 둘 모두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 사단이어서 어떻게 FA계약이 맺어질지 관심이다.(자료사진=임종률 기자, MLB.com)
추신수(31)와 함께 올 시즌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외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제이코비 엘스버리(30)에 대한 몸값의 기준점이 제시됐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팀 동료 칼 크로포드(32)가 모델이 될 전망이다.
미국 CBS스포츠는 13일(현지 시각) 엘스버리그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구단의 말을 인용해 "엘스버리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적정가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크로포드의 7년 1억4200만 달러(약 1523억 원) 계약을 기준점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게 분명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엘스버리, 힘든 보스턴에서 잘 컸다"크로포드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보라스가 말해온 대로 엘스버리의 가치가 그 이상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라스에 따르면 FA 자격을 얻을 당시만 비교하면 엘스버리는 중견수 1번 타자이고, 크로포드는 좌익수 2번 타자였다. 상대적으로 공수에서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라스는 "엘스버리가 압력솥처럼 불안한 환경(a pressure cooker environment)의 보스턴에서 잘 살아남은 반면 크로포드는 보스턴에서 부진했다가 다저스에서 더 잘 했다"고 강조했다. 부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보스턴에서 강한 압박에도 잘 견뎌내는 멘탈을 갖췄다는 뜻이다.
엘스버리는 보스턴에서만 7시즌 통산 타율 2할9푼7리 65홈런 314타점 476득점 241도루를 올렸다. 반면 크로포드는 탬파베이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한 첫 해인 2011년 타율 2할5푼5리 출루율 2할8푼9리, 11홈런 56타점 65득점에 머물렀고, 지난해는 31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 다저스로 이적해 타율 2할8푼3리 출루율 3할2푼9리로 조금 살아났다.
여기에 보라스는 크로포드의 계약은 3년 전이고 각 구단들의 재정 상태는 더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엘스버리가 크로포드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신수보다 기준점 높아 "거품이다" 지적도최근 보라스가 언급한 추신수의 기준점보다 다소 높은 금액이다. 보라스는 지난 2010년 제이슨 워스(워싱턴)의 7년 1억2600만 달러(약 1340억 원)를 추신수 계약의 기준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추신수와 엘스버리는 모두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 사단'으로 올 시즌 FA시장에서 양대 외야수로 꼽힌다. 모두 1억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라스 사단 내에서는 약간 엘스버리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 모양새다.
일단 지금까지는 보라스가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은 액수다. 현지에서는 추신수가 엘스버리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과 협상에 따라 추신수가 더 높은 몸값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엘스버리 영입에 나서지 않는 한 구단 단장은 "FA 자격을 얻을 당시 크로포드가 더 낫고, 꾸준했다"고 평가절하했다. 크로포드는 FA가 된 2010시즌 타율 3할7리 출루율 3할5푼6리 19홈런 90타점 110득점 47도루를 올렸다. 엘스버리는 올해 타율 2할9푼8리 출루율 3할5푼5리 9홈런 53타점 92득점 52도루를 올렸다.
추신수는 올해 타율 2할8푼5리였지만 출루율(4할2푼3리)과 볼넷(112개), 득점(107개) 등에서 모두 내셔널리그(NL) 2위에 올랐다. 역대 NL 톱타자 최초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 고지에도 올랐다.
▲엘스버리-추신수 '윈-윈' 결과 얻나
'어느 팀이든 우승만 한다면' 추신수는 지난 시즌 정든 클리블랜드를 떠나 포스트시즌 전력의 신시내티로 옮겨왔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피츠버그에 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추신수의 FA 조건에는 우승 전력도 포함돼 있다.(사진=게티이미지)
기준점의 고저를 떠나 엘스버리의 거취는 추신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외야수에 1번 타자 자원이기 때문이다.
CBS스포츠는 엘스버리에 대해 시애틀과 워싱턴, 뉴욕 양키스는 물론 원 소속팀 보스턴을 비롯해 다저스,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컵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애틀과 양키스, 보스턴, 컵스 등은 추신수에도 눈독을 들이는 팀들이다.
특히 최근 메이저리그 최대 라이벌 양키스와 보스턴이 엘스버리 대신 추신수를 FA 계약 1순위로 올렸다는 소식도 나왔다. 그러나 만약 양키스가 엘스버리를 영입한다면 추신수는 라이벌인 보스턴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또 계약 조건도 상당 부분 역학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엘스버리의 몸값에 따라 추신수의 계약 규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역시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지난 2010년에도 크로포드와 워스는 동시에 1억 달러 이상의 대박을 터트린 바 있다.
과연 추신수와 엘스버리가 같은 에이전트사 안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