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메리칸항공(AA)과 유에스에어웨이스가 합병해 세계 최대 항공사가 탄생하자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두 항공사의 합병 추진이 경쟁을 가로막는다며 반독점 규제소송을 냈던 미국 법무부가 돌연 입장을 바꿔 사실상 합병을 승인한데 대해서도 눈총이 따갑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내 3위 아메리칸항공과 5위 유에스에어웨이스의 합병을 허용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병으로 직원 수 12만명에 비행기 보유대수 1천522대, 매일 6천500편의 노선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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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두 항공사가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적극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은 합병시 독과점 우려에 따라 워싱턴DC 등 두 항공사가 보유 중인 주요 대도시 공항의 규모를 줄이고, 일부 노선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미국 항공업계는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4개사가 전체 노선의 80% 이상을 점유한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로 전환됐다.
세계 항공업계는 델타항공이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항공사에 등극했으나 2010년 유나이티드항공이 콘티넨털항공과 합치면서 1위 자리가 바뀌었고 이번 아메리칸항공과 유에스에어웨이스의 합병으로 다시 순위가 변동됐다.
이번 합병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사설과 경제면 주요기사로 합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사설은 무엇보다 이번 합병은 가격 경쟁이 절실한 항공업계가 앞으로 가격 경쟁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로 탄생할 항공사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합병 전 두 항공사가 경쟁해오던 노선에서의 경쟁이 소멸됐을 뿐아니라 피닉스, 샬럿, 필라델피아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독과점이 강화해 경쟁사들의 입지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합병 전에 이미 유에스에어웨이스는 상당수 노선에서 합병 주체인 아메리칸항공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해왔다고 덧붙였다.
저가 항공권을 내놓는 항공사를 경쟁 항공사가 합병해 가격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더욱 가격이 싼 항공권이 나올 수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항공업계가 새로 등장한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4개사의 독과점 형태로 짜여져 가격 경쟁이 들어설 자리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항공산업 관련 시민·사회 단체인 항공소비자행동계획의 폴 허드슨 책임자는 "이번 합병으로 미국 항공업계에 독과점 체제가 구축돼 대형 4개사가 전례없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안을 최종 승인할 워싱턴 연방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