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 시각) 월드컵 2차 대회 500m에서 또 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상화.(자료사진)
이상화(24, 서울시청)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하루 만에 또 다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상화는 17일(한국 시각)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전날 1차 레이스에서 자신이 세운 36초57의 세계신기록을 0.21초나 앞당겼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신기록 경신이다. 이상화는 지난 1월 36초80의 세계기록을 세운 뒤 지난 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6초74, 세계기록을 다시 썼다. 그러더니 일주일 만에 두 차례나 다시 신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레이스 초반부터 신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100m에서 이상화는 전날 10초16보다 0.07초 앞선 10초09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여세를 몰아 이상화는 후반 400m도 26초27로 전날 기록 26초41을 뛰어넘었다.
▲4번 신기록 경신, 여자 선수 4명뿐역대 여자 선수 중 500m에서 네 번이나 신기록을 쓴 선수는 이상화를 포함해 4명뿐이다. 7번 기록을 세운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와 보니 블레어(미국), 크리스티나 로텐버거(독일) 등이다.
특히 여자 선수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월 처음으로 36초80대에 진입한 이상화는 최근 36초50의 벽을 깬 데 이어 단숨에 36초40, 30대 벽까지 허물었다. 괴물과도 같은 레이스다.
내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혹독하게 훈련한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여자 빙속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이상화는 지난 여름 체중을 5kg이나 감량하고 허벅지 굵기를 3cm 키우는 등 몸을 만들었다.
사실상 올림픽 500m 2연패를 막을 선수가 없다. 2위 헤서 리처드슨(미국)은 36초90으로 이상화보다 0.54초나 차이가 났고, 3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는 37초13에 머물렀다. 월드컵 포인트에서도 400점을 올려 2위(280점) 왕베이싱(중국)에 넉넉히 앞섰다.
▲"신기록 마무리…모든 경기장 기록은 깰 듯"
밴쿠버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이상화를 지도했던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이상화의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김전무는 "몸도 잘 만들었지만 자세가 낮게 안정돼 있는 점이 신기록의 원인"이라면서 "스케이트 타는 기량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과연 신기록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김전무는 그러나 "일단 올 시즌 신기록 레이스는 마무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록의 산실인 해발고도 1000m 이상 고지대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올 시즌 경기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까지 남은 대회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월드컵 3, 4차 대회 정도다.
그래도 기록 행진은 가능하다. 김전무는 "워낙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각 경기장 레코드는 깨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른 선수들과 기록이 비슷하면 긴장이 될 텐데 이제 한 수 위의 기량이라 올림픽 때도 편할 것"이라면서 2연패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장거리 간판' 이승훈(25, 대한항공)이 나선 남자 팀추월도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대표팀은 3분37초51로 네덜란드(3분35초60), 미국(3분37초22)에 이어 2연속 동메달 수확을 올렸다.
모태범(24, 대한항공)은 전날 500m 레이스 도중 넘어졌던 여파로 1000m 출전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