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국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어 여야 대치 정국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대해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아 준다면 받아들이겠다고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여당이 특검 절대불가 입장이어서 사실상 거부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대통령 당선 이후 네 번째로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밝히면서 "대선을 치른지 1년이 되어 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서유럽 순방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언급했던 내용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달라.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서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정치개입의 의혹을 추호도 받는 일이 없도록 공직기강을 엄정히 세워가겠다"고 밝혔지만 이 부분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미 언급했던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기관 개혁방안도 국회에 곧 제출할 예정이라며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고 검토해 달라고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방안이 조만간 국회에 제출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가운데 새로운 것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이나 국정원 특위에 대해 국회로 공을 넘긴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은 국회이기 때문에 국회 안에서 논의하지 못할 주제가 없다며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 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경우'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특검에 대해 말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로 막힌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고 새누리당도 이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귀추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올해 시정연설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앞으로 매년 국회에 직접 나와 시정연설을 하겠다는 부분이다.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1%대로 올라가는 등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렸다며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가기 위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2% 증가한 6조 5천억원 투입하고, 경제 전반에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안, 관광분야 투자활성화법안,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주택 관련 법안,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중소기업 창업지원 법안 등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임기 중에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공단정상화의 핵심인 통행, 통신, 통관의 3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공단의 실질적인 정상화도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