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을 질주하던 고양 오리온스의 상승세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사진 제공 = KBL)
오심 파문이라는 거센 폭풍이 프로농구 무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농구 팬들은 분노했고 고양 오리온스는 피해자가 됐다. 재경기를 요청하고 한국농구연맹(KBL)이 기각하는 과정에서 오리온스의 선수단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스는 문제가 됐던 지난 20일 서울 SK와의 경기 전까지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홈 27연승에 도전한 SK를 격침 직전까지 몰고 갔을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나온 두 차례 결정적인 오심 때문에 상승세가 꺾였다. 오심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오리온스가 이겼을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으나 오리온스가 오심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것만큼은 틀림없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다. 가급적 선수들에게 오심과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TV에서나 인터넷에서나 그 얘기만 나오니까 선수들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걱정했다.
추일승 감독은 선수들에게 "억울하게 진 것은 진 것이고 다음 경기를 잘해야 팬들이 계속 응원해주실 것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4연승을 질주하던 오리온스의 경기력은 온데간데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끝까지 야투 난조가 계속 됐고 수비에서도 허점이 많았다. LG가 실책 17개를 범하며 흔들리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승부가 갈릴 수도 있었다.
결정적인 휘슬 2개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오리온스는 야투 성공률(2점슛+3점슛)이 32%에 그치는 극심한 난조를 보인 끝에 59-62으로 패배, 4연승 뒤 2연패를 당했다. 홈경기 연승 행진도 3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오리온스는 시즌 7승10패째를 기록해 이날 울산 모비스에게 63-75로 패한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6위가 됐다.
오리온스가 추격에 나선 4쿼터 막판 추일승 감독이 수 차례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리온 윌리엄스가 골밑에서 슛을 시도할 때 수비수와 충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휘슬을 불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심판은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번 불린 휘슬은 그토록 영향력이 크다. 오리온스로서는 지난 20일 경기에서의 휘슬 2개가 두고두고 아쉬운 이유다. 시즌 마지막 날까지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아픔이 느껴질 것이다.
오리온스는 마지막 순간 기적을 연출할 뻔 했다. 56-60으로 뒤진 종료 18초 전, LG 문태종이 트레블링 바이올레이션을 범했고 이후 전태풍의 3점슛이 터졌다. 김시래가 상대 반칙으로 얻은 추가 자유투를 모두 넣어 점수차가 3점이 됐지만 오리온스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