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많이 보유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신용카드 발급은 가계의 과소비와 가계부채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발급된 신용카드의 절반 이상은 실제 사용되지 않는 이른바 ‘장롱카드‘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김상훈 과장이 26일 발표한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서울, 인천, 경기 등 신용카드 보유율이 높은 지역은 울산, 충남, 충북 등 신용카드 보유율이 낮은 지역에 비해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용카드 보유율이 높은 서울(94%), 경기(93.9%), 인천(89.6%)의 경우 소비성향(개인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99.8%, 95.1%, 93.1%로 높았다.
반면 보유율이 낮은 울산(77%), 충북(76.2), 충남(81.9)은 소비성향도 각각 74.5%, 81.9%, 84.2%로 낮았다.
보고서는 “카드사들이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금액(법인 제외)은 전체 민간소비의 52.8%를 차지했다”며 “지역별 신용카드 보유율과 소비성향이 비례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신용카드 발급은 가계의 과소비 및 가계부채 부담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체크·직불카드는 지역별 보유율과 소비성향간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발급된 신용카드 가운데 실제 사용되는 카드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통계청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는 국민 1인당 3장 꼴로 발급됐지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실제 보유 장수를 1.9장, 사용 장수를 1.4장으로 인식했다. 전체 신용카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실상 휴면카드라는 이야기다.
카드 선호도에서는 신용카드(64.4%)가 체크.직불카드(35.6%)보다 더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신용카드의 경우 30~50대에서, 체크.직불카드는 20대 및 60대 이상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할부구입, 후불결제의 편리함 등이었고, 체크·직불카드는 연회비 부담이 없고,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1만원 미만 소액 구매 시는 여전이 현금(58.6%)을 선호했으며, 10~50만원 및 50만원 이상 고액거래에서도 23.1%와 16.8%가 현금으로 결제했다.
지급수단별로는 금액기준으로 카드(54.2%)가 현금(34.8%)을 크게 앞질렀으며 건수기준으로도 카드(48.5%)가 현금(41.3%)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