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의 가드 유병훈 (사진 제공 = KBL)
호화 군단으로 탈바꿈한 프로농구 창원 LG에서 묵묵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선수가 있다. 프로 2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190cm의 가드 유망주 유병훈(23)이다.
유병훈의 활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LG는 26일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유병훈은 올 시즌 개인 최다인 23분동안 코트를 누벼 모처럼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뽐냈다. 6점 6어시스트 4리바운드에 스틸 4개를 보태며 68-63 팀 승리에 기여했다.
양팀 모두 야투 난조에 시달린 가운데 유병훈 만이 깔끔한 득점 장면을 연거푸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메시와의 2대2 공격은 이날 LG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 중 하나였다. 패스는 정확했고 타이밍도 좋았다.
유병훈은 작년 10월에 개최된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했다. 비운의 신인 중 한명이다.
지난 해에는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드래프트가 열려 각 팀에 신인들이 쏟아졌다. 게다가 10월 드래프트에서 뽑힌 선수들은 준비 과정없이 바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팀 컬러에 녹아들 시간은 부족했다.
유병훈은 "지난 시즌은 정신없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비시즌 내내 아낌없이 땀을 흘렸다. 유병훈은 "죽기 살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LG 관계자는 유병훈을 "가장 먼저 나와 연습을 시작하는 선수"라고 묘사했다. 그런 선수는 대개 성공하기 마련이다.
유병훈은 입단 당시 190cm의 장신 포인트가드로 주목을 받았다. 김진 LG 감독은 "포인트가드로 키우겠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유병훈은 고교 시절 포인트가드로 뛰었다. "신장에 비해 센스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대에서는 팀 사정상 슈팅가드를 맡았다.
유병훈이 KCC전에서 선보인 경기 운영과 날카로운 어시스트는 김진 감독의 마음을 흡족케 했다. 김진 감독은 "대학 때 슈팅가드로 뛰어 다시 포지션을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경기 운영이 좋고 패스 시야가 넓으며 타이밍도 좋다. 스피드만 보완하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래가 합류하면서 포인트가드로 뛰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유병훈은 1,2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김시래와의 경쟁에 대해서도 유병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1.5번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뛰면서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했다.
유병훈은 현재 LG의 주축 식스맨이다. 감독의 호출을 기다리며 투지를 불태운다. 유병훈은 "난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 긴장은 해도 늘 자신감이 있다"며 "우리 팀은 화려한 멤버를 갖췄다. 이것저것 하기보다는 경기 운영만큼은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