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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짙어지는 엔저 그늘…산업계에 '경고등'

경제 일반

    다시 짙어지는 엔저 그늘…산업계에 '경고등'

    • 2013-12-01 10:40

    미국서 차판매 0.9% 준 사이 일본차는 10% 늘어전자·철강도 '시름'…엔저 고착화·비용인하 압박 우려

     

    엔-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으면서(엔화가치 하락) 국내 수출기업들이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시작된 엔저(円低)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넘어선 데 이어 1년 뒤에는 110엔선도 돌파하는 등 엔저가 장기화·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저는 해외시장에서 자동차, 철강, 전자 등 부문의 국내 수출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키워 우리 기업에 타격을 입힌다.

    엔저의 충격파가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다.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는 미국 시장이 단적이다.

    올해 1∼10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일본 도요타는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8.1% 늘어난 186만7천대, 혼다는 8.5% 증가한 127만4천대, 닛산은 9.1% 늘어난 103만2천대를 팔았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이 기간 작년보다 0.9% 줄어든 105만8천대를 파는 데 그쳤다. 일본 업체들이 10% 가까이 판매 신장을 이루는 사이 되레 판매가 뒷걸음질친 것이다.

    일본 차업체들은 또 엔저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도 크게 늘리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상반기(4∼9월) 실적에 따르면 도요타의 매출은 14.9% 늘어 12조5천300억엔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81.0%나 증가해 1조2천600억엔에 달했다.

    당장의 판매 신장에 보태 앞으로 연구·개발(R&D) 투자나 공세적 가격 할인, 마케팅 등에 나설 '밑천'까지 확보한 것이다.

    앞서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4월 1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엔저에 따른 한국 차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이지만 일본 경쟁업체들도 해외생산의 비중이 높아 엔저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도요타의 경우 해외생산 비중이 60%가 넘고 혼다가 74%, 닛산이 80%에 달한다. 엔저를 틈타 가격을 인하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직은 엔저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며 "엔화가치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더불어 수출의 '쌍두마차'인 전자업계는 엔화 약세가 계속되더라도 일본 전자업체 역시 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파격적인 저가 공세를 펼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전자업체가 지난 1년간 엔저 효과로 얻은 수익을 활용해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에 얼마나 할인된 제품을 내놓을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앞으로도 엔저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원가 절감, 물류 효율화, 재고·채권 등 미세관리, 높은 해외생산 비중 유지 등 근본 경쟁력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또 달러화·유로화·위안화·엔화 등 결제통화를 다변화해 어떤 통화가 오르면 다른 통화는 자연스레 내리는 상황을 활용해 환율 영향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철강업계도 현재의 급격한 엔저에 큰 우려를 표한다.

    아직은 수익성에 직접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엔저가 조금 더 속도를 낼 경우 일본 철강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해 동남아 등 경합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005490]를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은 공급 과잉으로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며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간신히 버텨왔지만 당장 내년에 공급 과잉이나 엔저, 둘 중 하나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 시장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엔화가 가파르게 떨어지며 1년 뒤엔 달러당 110엔선도 돌파한다는 관측을 내놨다.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IB 9곳의 1년 뒤 엔-달러 환율 전망치 평균은 110.89엔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도 혹독한 엔고 시기를 거치며 가격경쟁력을 키운 일본 기업들처럼 원가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10.9%나 감소했지만 글로벌 수출은 1.9% 증가했다"며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과 세계 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아 우려가 컸지만 수출은 상당히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공 연구위원은 "그러나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기업도 코스트 인하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긴장하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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