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이 수십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을 의료보험 사기 혐의로 기소하면서 양국 관계에 또다시 긴장이 조성됐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 검찰은 현지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중인 러시아 전·현직 외교관과 그들의 부인 등 49명을 의료보험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관들은 월 가계소득 3천 달러(약 317만원) 이하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를 악용해 소득과 국적을 허위 신고하는 방식으로 임신 및 출산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 챙겼다.
외교관들이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이런 방식으로 챙긴 보조금은 150만 달러에 이른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소득을 낮추어 신고하고 신생아가 미국 국적자인 것처럼 허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은 뉴욕 주재 총영사관, 유엔 대표부, 주미 무역대표부 뉴욕지부 등에 근무했거나 근무중인 전·현직 러시아 외교관과 그 부인들이 불법을 저질렀으며 이들 가운데 11명이 현재 미국 내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의료 보조금 부당 취득과 허위 의료정보 제공 등의 혐의는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지만 혐의를 받는 러시아인들이 모두 외교 면책 특권을 갖고 있어 체포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외교관들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면책 특권을 가진 외교관의 소득이나 계좌 추적은 불법"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