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국방부정책기획관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남해상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우리 비행정보구역(FIR)까지 확장하는 안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안을 지난 8일 공식 발표한 가운데 9일 현재까지 우려했던 만큼의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큰 반발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중.일 양국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 KADIZ가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후 한국 정부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선포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가 KADIZ 확대안을 밝힌 지 만 하루 만에 나온 공식 반응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중국은 한국정부 측에 이번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우려했던 수준의 반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적인 표현으로 앞으로 협의를 계속하자는 의미가 담긴거 같다"고 해석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CADIZ 발표 이후 우리 정부가 유감의 뜻과 동시에 "CADIZ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 봐도 낮은 톤의 유감표명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해당사국인 일본 정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향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과도 CADIZ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문제로 분쟁을 겪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재 냉각된 한.일관계를 이번 기회에 풀어보자는 외교적 제스처도 포함된 것으로 우리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양국의 반발' → '이어도 상공에서의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했던 우리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전에 미리 협의를 해서 큰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해 여러가지로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려가 불식된 만큼 향후 양국과 원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제 KADIZ 문제는 소강국면에 접어들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KADIZ의 효력을 발효시키는 15일 이후 중.일 등 주변국 군용항공기가 KADIZ에 진입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칠 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동안 JADIZ를 통과할 때 우리 군이 일본 자위대에 사전 통보를 했던 만큼 최소한 일본이라도 KADIZ 통과시 사전 통보를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수 십년 동안 자신들이 누려왔던 권리를 포기하고 향후 우리에게 KADIZ 진입 여부를 사전 통보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협상이 쉽지 만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번에 유감의 뜻을 밝힌 중국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CADIZ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간에 사전 통보 등의 세부절차를 논의하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중국, 일본과 협의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기회가 된다면 한.중.일 3국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협의도 제안할 계획이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