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자료사진)
정치권에 때아닌 '내시'(內侍) 논쟁이 불고 있다.
특유의 쓴소리로 정치권을 풍자하곤 했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10일 트위터에 '내시처럼 굴면 곤란하다'는 글을 올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을 비판하자, 이 수석이 '난 내시가 아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호위무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수석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성 논평.보도가 있을 때면 종종 얼굴이 붉어지고 언성이 높아진다.
대통령의 '입'인 홍보수석이 그래도 되냐는 우려섞인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9일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선친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박 대통령에게 한마디 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폭발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거냐'는 기자 질문에 윽박지르듯이 "이게 어떻게 법적대응할 문제냐", "여러분은 막말로 밖에 안들리냐"고 퍼부어 옆에 있던 기자들마저 무안하게 했다. 이 때는 점심 시간을 마친 뒤여서 졸고 있던 일부 기자들은 갑자기 큰소리가 나오자 놀라서 기자실 밖으로 뛰어 나오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은 이정현 수석 말처럼 '시해를 선동'하거나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국기문란'은 아니다.
야당 입장에서 봤을 때 청와대의 독주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선친전철' 부분에서는 발언이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는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렇게까지 발끈하거나, 여당이 의원 제명안까지 낼 일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진중권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도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침에 뉴스 듣다 보니, 이정현 심기(心氣)수석께서 '테러, 암살' 폭언을 하면서 감정이 격앙되어 울컥하셨다. 민주공화국의 홍보수석이 조선왕조의 내시처럼 굴면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내시'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 좋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정현 수석도 진 교수의 트위터 글 소식을 접하고 매우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석은 진 교수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당일날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11일 오전에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농담한마디 하겠습니다. 제가 난 아들의 엉덩이를 툭 쳐주고 왔습니다. 전 내시가 아닙니다"고 말했을 뿐이다.
어찌보면 "제가 난 아들 엉덩이를 툭 쳐주고 왔다"는 한마디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고, 언론관계가 좋으며 특정인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으로 무장된 이 수석만이 할 수 있는 '촌철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석은 오후에 다시 기자들에게 나타났다. 이 때는 오전의 여유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선친전철' 발언이 나왔을 때의 단호함에 약간의 흥분이 가미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비판은 자유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가지고 인신비방을 하면 나중에 그분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마음 아파할 것 같아 해명한다. 저는 울먹인 적 없다. 저는 내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현 수석이 청와대 기자실에 들른 오전과 오후 사이에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만 있었다면 민주당의 반격이 있었을 뿐이다.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정현 수석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의 배후에 이정현 수석이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해야 할 청와대가 그것도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살벌한 언어들이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