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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악' 범하는 국가…도박 중독은 '개인 몫'

사건/사고

    '거악' 범하는 국가…도박 중독은 '개인 몫'

    [집중탐구 '도박공화국'⑤]국가가 도박 '합법화'…중독 후유증만 커져

    무엇이든 '내기'를 걸고,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치는 민족이어서일까. 복권과 카지노, 경마와 경륜, 소싸움에 투견까지 대한민국은 가히 '도박 공화국'이다. 합법적인 사행산업 총매출만도 19조원으로 십여년만에 3배 넘게 뛰었고, 불법도박 규모는 줄잡아 100조원에 이른다. '대박'을 찾는 사람들이 늘다보니 '쪽박'을 차는 사람들도 셀 수 없다. 국내 도박과 중독의 실태, 그리고 해결 대안을 5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인생은 한방" 평일도 늘어선 '로또 명당'
    ②"金마다 경마장" 백발 할머니들의 '똥 꿈'
    ③"수십 억도 순식간에"…'강원랜드의 힘'
    ④"봉창하려다" 남산에서 털리는 '코리안 드림'
    ⑤'거악' 범하는 국가…도박 중독은 '개인 몫'<끝>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국내 사행산업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카지노와 경마·경륜만 시행된 2000년대 초반과 달리 2002년 경정·로또가 시작됐고, 2011년부터는 소싸움에도 판돈이 걸렸다.

    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은 2000년 6조2761억원에서 지난해 19조5443억원으로 10여년 만에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총량 규제 안 먹혀…돈 되는 사행산업 줄일 리도 없어

    정부는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 중독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2009년부터 사행산업총량제를 실시했다.

    사행산업의 증가 속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8% 수준으로 규모를 관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마저도 2011년 기준 OECD 가입국 평균 0.62%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매출 총량제 시행 이후에도 경마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매출총량이 초과되고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발표한 '공공부문 사행산업 평가'에서 "매출 총량을 초과한 사업자에 대한 페널티가 미미하고 사감위에 이행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매출 총량제가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1172억원의 매출총량을 초과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불과 2억 5800만 원의 부담금을 냈고, 356억원을 초과한 강원랜드도 1억 5400만 원을 부담했다. 복권의 경우 아예 매출 총량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마저 추진되고 있다.

    사행산업의 이러한 팽창으로 정부가 벌어들이는 돈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각종 기금 수입은 2000년 1조3053억원에서 지난해 5조150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사행산업의 규모를 줄이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로 기소된 한 30대에 대한 판결에서 이채로운 시각을 내놨다.

    "피고인이 사회적으로 일정 정도 부작용을 초래했지만 이미 더 거악을 범하고 있는 국가의 손으로 피고인을 중죄로 단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

    당시 재판부는 "스스로 특별법을 만들어 도박개장행위를 하는 국가가 사인을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사인의 도박개장업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범죄화해 금지할 것이 아니라, 허가나 특허의 방법으로 길을 터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일갈했다.

    2000년대의 도박중독 증가율이 계속 유지될 경우 오는 2050년에 도박중독 비용이 약 361조원에 이른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제공)

     

    ◈도박의 합법화…중독 치유는 결국 개인 몫

    사행산업의 규모 확대는 자연스레 도박중독과 관련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도박관련 질병 진료현황'을 보면 200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병적도박'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은 3490명, 연평균 581명에 달했다.

    지난 8월 재산을 노리고 50대 어머니와 친형을 잔인하게 살해 유기한 인천 모자살인사건의 피의자처럼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도 늘고 있다.

    경찰청의 연도별 범죄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각종 강·절도사건은 최근 3년 동안 4738건이었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이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2010년 사감위의 의뢰를 받은 이화여대 연구팀은 도박중독으로 △경제와 재정 :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도박투자 비용 등경제와 재정 분야 △고용 : 직장 내 생산성 저하·실직 △범죄 및 법률 : 범죄·법집행 비용 △건강 및 복지 : 의료비·자살 관련 비용·기초생계비용·재활비용 등이 발생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2009년 당시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약 78조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연구팀은 도박비용과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오는 2050년에 많게는 361조원의 도박중독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가가 사행산업을 스스로 줄이리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도박중독의 치유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은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사감위가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도박중독 유병률은 7.2%에 이른다. 영국 2.5%, 캐나다 1.7%, 프랑스 1.3%보다 3~4배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박중독 문제의 해결을 위해 관리센터와 중독예방·치유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도박중독에서 헤어나는 건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사행산업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 남아있는 한 도박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자신만이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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