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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4억 삭감' 넥센 연봉,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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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현 4억 삭감' 넥센 연봉, 어떻게 봐야 할까

    '내년 두고 보자' 올해 연봉 6억 원에서 무려 4억 원이 깎인 넥센 언더핸드 투수 김병현.(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올 시즌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프로야구 넥센의 연봉 계약이 또 화제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이번에는 파격적인 인상이 아니라 엄청난 삭감이다.

    넥센은 17일 언더핸드 투수 김병현과 올해 연봉 6억 원에서 무려 4억 원(66.7%)나 깎인 2억 원에 2014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김병현은 올 시즌 15경기 5승4패 평균자책점(ERA) 5.26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이후 1, 2군을 오르내렸고, 불펜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소외됐다.

    사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와 일본을 거친 뒤 한국 무대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도 이름값은 하지 못했다. 3승8패 ERA 5.66으로 올해보다 더 나빴다.

    그럼에도 넥센은 지난해 연봉 5억 원에서 오히려 1억 원을 더 얹어줬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됐다는 설명이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때문에 김병현과 연봉이 보장되는 다년 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파격 연봉 인상 속 김병현 4억 삭감

    하지만 두 번째 시즌에도 실망스러운 성적이 나오자 넥센은 냉정하게 칼을 댔다. 특히 올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 행진을 보이고 있는 넥센에서 나온 칼바람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넥센은 그동안 주축은 물론 대부분의 선수들에 대해 연봉 훈풍을 줬다. 2년 연속 정규리그 MVP 박병호에게 무려 2억8000만 원이 인상된 5억 원을 안겼다. 마무리 손승락은 연봉이 2억6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 유격수 강정호도 3억에서 1억3000만 원 올라 4억3000만 원이 됐다.

    올해 활약이 크지 않았던 노장 송지만도 2000만 원 올라 1억 원에 복귀했다. 전날까지 27명 계약 선수 중 삭감은 장시형 1명뿐이었고, 그나마도 3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김병현은 무려 4억 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데다 올해 연봉에 담긴 기대치에 대한 실망감까지 더해진 수치다. 자존심이 센 김병현도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다"면서 "내년 시즌 준비를 잘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삭감을 인정했다.

    ▲"신상필벌보다 신뢰를 주는 연봉 정책"

    넥센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거포 박병호. 올해 연봉에서 무려 3억 원 가까이 올라 5억 원을 받게 됐다.(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그렇다면 이런 넥센의 연봉 셈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견 확실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줄 때는 화끈하게 주고, 깎을 때는 냉정하게 깎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는 또 그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성적에 근거를 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평가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김기영 넥센 홍보팀장은 연봉 정책에 대해 "신상필벌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상'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되지만 '벌'이라는 표현이 주는 어감 때문이다. 김팀장은 "궁극적으로는 구단과 선수 사이에 신뢰를 쌓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에게 납득할 만한, 또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적에 나오지 않는 기여도, 상징성 등을 더해 선수의 마음을 움직여 다음 시즌을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병호다. 성적만으로는 100% 이상 인상이 어렵지만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김팀장은 "여기에 우리 팀이 아니라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상징성도 있기에 5억 원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리그 최고 유격수이자 마무리인 강정호나 손승락도 마찬가지다.

    ▲"김병현, 본인이 미안해 했다"

    이런 정책 기조에 김병현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구단보다 선수가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는 것이다.

    넥센은 지난해 김병현과 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경험한 최고 투수에 대한 예우였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했지만 오히려 연봉을 올려준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두 번의 기회가 무산된 상황이다. 지난 시즌 뒤 적용됐어야 했던 삭감 폭이 사실상 올해 다시 적용된 셈이다. 김팀장은 "김병현이 돈에 연연할 선수는 아니다"면서 "사실 본인이 올해 성적에 겸연쩍어 한 부분이 적잖았고, 순순히 인정을 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사실 지난해부터 이런 연봉 정책 기조를 펼칠 셈이었지만 인상 요인이 대부분 크지 않았다.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박병호 등 일부 선수들을 빼면 그랬다. 그러나 올해 창단 첫 가을야구를 이루면서 수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날 넥센은 홀드왕에 오른 한현희에게 올해 5000만 원에서 150% 오른 1억2500만 원 연봉을 안겼다. 69경기 5승1세이브 27홀드 ERA 3.21을 기록한 공로의 대가였다.

    서건창의 부상 공백을 메워준 문우람도 3000만 원에서 106.7% 오른 6200만 원에 계약했다. 계약 후 문우람은 "올해 연봉과 비교하여 두 배가 넘어 아주 기분 좋다"면서 "신고 선수로 데뷔해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내년을 다짐했다.

    확실한 당근을 안겨준 넥센. 과연 내년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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