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 지도부가 성탄절인 25일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을 오는 30일 동시처리키로 예상치 못했던 합의를 끌어냈다.
국정원 개혁 입법 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그 여파로 예산안 처리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가 부랴부랴 머리를 맞댄 결과 내놓은 '성탄절 선물'인 셈이다.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 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단은 이날 오후 2시30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전격 회담을 가졌다.
전 원내대표가 먼저 회담을 제안했고, 최 원내대표도 바로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회담 시작 전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게 해야지…"라며 서로에게 악수를 건넸고, "대화를 통해 꽉 막힌 물꼬를 터 국민이 (새해에)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최 원내대표), "막힌 정국을 뚫어 크리스마스날 국민과 국회에 좋은 선물이 되는 결과를 만들겠다"(전 원내대표)고 다짐했다.
회담 도중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의원도 테이블에 합류했다. 회담장 안에서 간간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오후 4시 넘어 A4 용지 몇장이 회담장 안으로 전달되면서 타결 전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다.
실제 여야는 이날 회담에서 국정원 개혁 입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출입 금지와 대선개입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사이버심리전 기능 폐지 문제 등에 있어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회담 후 "국정원 개혁과 관련, 큰 틀에선 거의 합의를 봤는데 이견이 있는 사항에 대해선 조속히 끝낼 수 있도록 양당 간사를 불러 독려했다"며 "오는 27일까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 수석부대표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쟁점법안과 철도파업 사태, 쌀목표가 문제 등 주요 현안도 의제로 올려졌다. 그러나 철도파업 사태의 해법을 놓고는 여야간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지도부가 휴일인 이날 '국정원개혁법-예산안'의 30일 동시처리에 합의한데는 어떻게든 연말정국의 파국만은 막아보자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철도파업 사태 장기화로 인해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여야가 정쟁으로 세밑 정국을 마무리할 경우 따가운 국민적 시선을 피할 수 없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선 국정원 개혁특위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반발로 예산안 연내 처리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다 집권1년차인 올해 외촉법 등 박근혜정부의 핵심정책 추진을 위한 각종 법률안의 처리도 시급한 상황에 몰려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특검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국정원개혁이 물건너갈 경우 예산안과의 연계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실제 연계 카드에 대해선 '예산안 발목잡기'라는 역풍을 감수해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국정원개혁 입법의 조문화 과정에서 여야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30일 동시처리' 합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연말 정국이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실제 회담에서는 국정원개혁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이 여야 원내지도부의 일부 논의 사항에 대해 "지난번 4자 회담 합의문에 나온 것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이럴 거라면 합의문을 애초에 발표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등 한때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