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식 귀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13년이 마치 5분처럼 지나갔습니다."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한 추신수(31, 텍사스 레인저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18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고, 꿈을 쫓기 위해 팀을 두 차례나 옮겼다. 그리고 텍사스와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37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13년 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추신수는 3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계약을 할 때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30분이었다. 와이프는 자고 있었고, 나는 연락이 올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계약 소식을 듣고 와이프랑 이야기를 하면서 13년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렸는데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13년이 마치 5분처럼 지나갔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로지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시작한 미국 생활. 메이저리거라는 꿈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2004년 겨울 하원미씨와 조용히 결혼한 뒤 2005년 첫 아들 무빈군을 얻었지만 힘든 시간은 계속됐다. 하지만 추신수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단순한 메이저리거를 넘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추신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가면서 이 정도까지 이룰 줄 몰랐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만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을 얻다보니까 정말 계약을 했나 나에게 물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았다"면서 "긴 시간 동안 가족들도 힘들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도 났다. 이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꿈을 이뤘지만 2011년 왼손 투수 조나단 산체스의 공에 엄지손가락이 부러진 뒤 힘든 시기를 겪었다.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이 지적된 것도 이 때부터다.
추신수는 "그런 문제점으로 반쪽짜리 선수다 된다는 것이 싫었다. 기술로 해결이 안 되는 정신적인 문제였기에 정신과 의사도 만나봤고, 왼손 투수 공을 잘 치는 타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면서 "내가 타석에서 겁을 먹고 있었다. 못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왼손 투수가 사인을 받고 움직이기만 해도 공이 날아오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 때도 가족을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잘 맞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지금도 왼손 투수 공을 못 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7년 팔꿈치 수술로 쉴 때도 슬럼프였다.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갈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추신수는 "야구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 가족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졌다. 좀 더 확실히 나를 받아줄 수 있는 팀을 원했고, 한국에 가면 말도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결심까지 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와이프가 말렸다. 수술하고 실밥도 뽑기 전이었는데 와이프가 잡아줘서 뭔지 모르는 힘이 생겼다. 재활을 열심히 해서 2개월 정도 빨리 복귀했다"고 돌아봤다.
이처럼 추신수가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힘이었다. 텍사스를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이제 이사를 안 가도 된다. 매일 볼 수 있고, 시즌이 끝나도 옮겨다니지 않아 좋다"는 추신수의 2014년은 더욱 밝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