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을 일찌감치 처리한 미국 정치권은 그 어느 해보다 평온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 난항으로 올해 새해 벽두까지 워싱턴 정가가 시끌벅적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첫 취임 후 거의 처음으로 하와이에서 성탄절 전부터 무려 17일간의 '긴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새해 미국 정치 기상도는 썩 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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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가 부채 한도 재조정, 이민 개혁안,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등을 놓고 정치권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힐(The Hill) 등은 31일(현지시간) 새해 미국 최대 정치 현안으로 중간선거를 꼽았다.
임기 6년의 상원의원은 전체 100석 중 3분의 1인 35석을 새로 뽑고 임기 2년의 하원의원은 전체 435석 전체를 다시 선출한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레임덕에 시달리느냐, 아니면 지난해 국정 연설 때 밝힌 집권 2기 구상을 밀어붙이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통상 현직 대통령과 여당이 현재 의석수만 지켜도 성공적이라고 할 만큼 불리하게 돌아간다.
따라서 민주당이 55석으로 다수 의석인 상원을 공화당이 다시 장악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상원 선거가 치러지는 35개 지역구 가운데 21곳이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이 현직인 지역이다.
공화당이 6석만 빼앗으면 다수당이 된다.
물론 내년 미국 정치판에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공화당이 다시 다수당이 되거나 적어도 의석 차이는 줄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또 민주당이 하원에서 17석을 더 얻으면 다수당이 되지만 지역구 판세상 그럴 공산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간선거 과정에서 공화당 내 보수 성향의 티파티 세력이 영향력을 과시할지도 변수다.
미국 의회는 오는 6일 다시 문을 열자마자 장기 실업수당의 연장 지급과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을 재조정하는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장기 실업자에게 적용되는 실업수당 지급 프로그램을 빼버림으로써 실업자 130만명이 춥고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또 지난 10월 부채 한도가 법정 상한에 달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가자 정치권은 한도를 늘리지 않은 채 긴급 조치를 통해 내년 2월 7일까지 빚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땜질 처방을 해놨기 때문에 이를 시급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은 또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된다.
민주당은 1천100만명의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한 이민법 개혁과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 등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나 공화당이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2기 임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각종 국내외 악재가 터져 지지도가 집권 2기 첫해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보다 못한 40% 초반대로 바닥을 기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인기를 회복할지도 관심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1월28일로 예정된 국정 연설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케어의 안착 여부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과 중간선거 판세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으로 국제 사회에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은 국가안보국(NSA)에 대한 개혁 방안과 이 사실을 폭로하고 나서 러시아에 임시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래에도 미국민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 현안으로는 이란 핵 협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 및 철군 등의 문제가 미국 정치권을 달굴 것으로 예상됐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권 도전 여부도 새해 결정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각 인터뷰에서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는 2014년 신중하고 차분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잠룡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랜드 폴(켄터키), 테드 크루즈(텍사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