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저녁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연말 예산정국마다 나타났던 민원성 예산, 이른바 '쪽지예산'이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쪽지예산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공언까지 했으나 소용없었다.
국회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1일 새벽 2014년도 예산안 의결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예산 끼워넣기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대구 안심역~경산 하양역)의 신규예산으로 50억원의 쪽지예산이 불법편성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국회에서 새로운 사업의 비목을 설치하려면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구지하철1호선 연장 사업은 국토교통위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 의원이 제기한 쪽지예산은 경북 경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최 의원의 폭로 직후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방이 오갔고 강창희 국회의장은 "회의 진행이 곤란하다"며 본회의 정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기획재정부가 대구지하철 하양 연장 사업 설계비를 국토위에 요구했을 때 주승용 의원은 자기 지역구 예산 5개와 거래하자고 제안해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폭로로 새누리당에 비판이 쏟아지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민주당 주승용 의원도 쪽지예산을 시도했다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안동에 휴양림 조성 예산으로 1,457억원을 배정했다고 민주당 쪽에서 지적하자 김 의원은 "사실이라면 제 직을 걸겠다"고 반박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국회는 쪽지예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예결특위 여야 간사인 김광림 최재천 의원은 2014년도 예산심사를 앞두고 쪽지예산을 받지 않겠다며 이른바 호텔심사, 밀실심사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간사의 말은 지역의 민감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어느 정도의 쪽지 예산을 불가피하다는 국회의 오랜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예산안 의결 직후 터진 쪽지예산 파문을 보면 지난해 말에도 적지 않은 쪽지예산이 쇄도했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예산안이 의결된 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점을 납득할 수 없다며 여야 예결위 간사들이 예산증액심사 과정에서 몰랐다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RELNEWS:right}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의 쪽지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 드러나지 않은 쪽지는 더 많을 것"이라며 "두 거대정당이 또다시 국민을 속였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쪽지예산을 통해 모두 5,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 졸속심사에 퍼주기예산,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난이 집중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