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대통령 선거를 마치고 맞이했던 2013년은 기대와 희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1년 내내 그 후유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좌절이 있으면 희망이 있기 마련이다. 2014년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사회 전반에서 희망의 한해가 되기를 그리고 상하좌우가 소통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잔디밭은 멀리서 보면 파랗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보잘 것 없다. 우리경제가 멀리서 바라본 잔디밭 모양이다. 해외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와 7위의 수출, 무역 1조 달러 등 화려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본 우리 경제의 모습은 초라하다. 다양한 대책에도 풀리지 않는 내수경기, 전월세 난과 청년실업, 노인인구 증가와 출산율 저하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수출은 대기업에 집중되고 서민과 중소기업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침이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지 못한다. 사회는 계속해서 문제를 생산해 내고 해결을 위해서 진통을 겪어야 안정의 길을 찾는다. 최장기간의 철도파업에서 겪은 것처럼 올해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공기업 개혁이다. 현재 295개 공기업의 부채는 493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여서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사정 불참을 선언했다. 통상임금 문제 등의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짐은 불안하지만 노사정이 소통을 통해서 협상창구가 되길 기대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여건은 역시 갈등이 첨예하다. 미국을 등지고 반성 없이 군국주의로 치달으면서 한국과 중국에 대항하는 일본, 미국을 상대로 경제에 이어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장성택 사형이후 유일체제정비와 함께 대남 강경발언을 일삼고 있는 북한 김정은이 불안 요인이다. 영토분쟁과 역사인식의 문제는 올해도 계속되는 피할 수 없는 한반도 주변문제다. 우리나라는 이런 진통을 거치면서 선진국 문턱까지 발전하고 성장해 왔다. 초봄에 부는 꽃샘바람은 나무줄기를 흔들어 언 땅에 박힌 나무뿌리를 더욱 깊이 박히도록 한다고 한다.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주만 CBS 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