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을 본 지 고작 4년. 네 살배기 어린 아이가 4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눈을 감았다.
새해 벽두부터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식이다.
전북 완주군에 사는 4살 정진아 양은 지난달 15일 갑작스런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며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소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온 진아. 부모와 의료진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의 무게를 딛고 진아의 부모는 세상의 빛과 같은 값진 결정을 했다.
지난달 30일 전북대병원 장기이식팀은 뇌사판정위원회의 뇌사판정에 따라 진아의 작은 몸에서 심장과 간장, 신장 등 장기 4개를 적출했다.
진아의 생명과 바꾼 소중한 장기는 전북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에서 새 생명을 구하는데 쓰였다.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진아의 부모는 결혼할 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부가 함께 수년 전 장기기증 서약을 한 터였다.
아버지 정모(42) 씨는 "자식 일이다 보니 마음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진아가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게 훨씬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힘겹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