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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KBS 예능국은 유달리 이직률이 높을까

     

    또 한 명의 유명 PD가 KBS 예능국을 떠난다.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를 연출했던 고민구 PD가 KBS를 떠나 CJ E&M으로 옮기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분위기다. 고민구 PD도 "회사와 정리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옮기게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고민구 PD에 앞서 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신효정, 김석윤 등 10여 명이 KBS 예능국을 떠났다. 이는 MBC, SBS 등 타 지상파 방송국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많은 숫자다.

    떠나간 사람들 외에 이름이 알려진 몇몇 PD들에게도 스카우트 제안이 간 것으로 알려려 KBS 예능국이 술렁이기도 했다. 어쩌다 KBS 예능국 PD들이 케이블이나 종편의 구애 대상이 됐을까. 또 KBS 예능 PD들은 왜 이들의 구애에 흔들릴 수밖에 없나.

    ◈ "우리는 그렇게 월급을 줄 수 없습니다"

    KBS 예능국 PD들의 보수는 여타 지상파 방송국보다 많지 않다. 제작비도 많게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다보니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PD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

    때문에 KBS PD들의 이직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당시 최민희 의원(민주당)은 "'1박2일'을 만들었던 나영석 PD는 KBS를 나가서 '꽃보다 할배'를 만들었고,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외 '추노' 곽정원 PD, '성균관 스캔들' 김석현 PD 등 능력 있는 PD들이 모두 떠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길환영 KBS 사장은 "그들이 떠나기 전, 제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말렸다"며 "결국 방송계의 상업화 물결 속에 공영방송 보다는 개인적인 측면을 택한 것 같다. 모두 높은 스카우트 비용과 보수를 받고 떠났는데, (KBS는) 그 사람들을 잡기 위해 그 이상을 줄 수 있는 임금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해명했다.

    ◈ 동료, 선배들의 성공사례…자극

    CJ E&M으로 옮긴 이명한, 신원호, 나영석 PD 등 KBS 출신 PD들은 성공신화를 일궜다. JTBC 간판 프로그램도 KBS 출신들의 작품이다. '썰전' 김수아 PD, '신화방송' 윤현준 PD, '히든싱어' 조승욱 PD 모두 KBS에서 JTBC로 옮겨갔다.

    좋은 기획으로 잘만 만든다면 케이블, 종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앞서 이직한 PD들의 사례로 입증된 것.

    또 PD라는 업무의 특성상 예능국 안에서도 유달리 친한 팀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 친목이 있던 PD들이 자리를 옮기면 의지할 사람들을 찾아 같은 조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는게 방송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군다나 앞서 자리를 옮긴 동료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을 봤다면 망설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보이지 않는 벽, 새로운 시도 위해

    공영방송이란 굴레를 벗어나 실험적인 도전을 하기 위해 이직을 결심하기도 한다.

    KBS는 조직 특성상 정권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고, 사람이 많다보니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제한도 많고, 조직 규모가 크다보니 새로운 시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종편이나 케이블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현하는데 보다 자유롭다. 이는 KBS 출신 PD들이 내놓는 프로그램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에 대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지상파라면 불가능했을 포맷이다"고 평가했다. 지상파, 공영방송이라는 특성상 '시즌 프로그램'이라는 실험적인 예능 형식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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