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자체의 문제점도 문제지만 교과서 선정 과정의 숨겨진 '내막'이 더 중요합니다. 사립학교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수원시 이목동 동원고등학교가 '우편향 논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철회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이 학교 3학년 A군(19)이 논란에 대해 이같이 입을 열었다.
A군은 3일 오전 7시30분께 급우 등 40여명과 함께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A1 용지(가로 59㎝ 세로 84㎝) 크기의 대자보 10여개를 학교 곳곳에 붙였다가 3분 만에 철거당했다.
"징계가 무섭지 않고 선생님들에 대한 원망도 없다"는 A군은 "교장, 교감선생님보다 더 높은 위치의 누군가가 잘못된 것이지 선생님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을 안다"며 사립학교의 현실을 꼬집었다.
A군은 "역사 왜곡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교학사 교과서를 우리 학교가 채택한다는 뉴스를 처음 봤을 때 학생들끼리는 물론 선생님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뭐라고 말은 못하시지만 은근한 압박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현재 사립학교의 가장 큰 문제"라며 "역사 교과서 자체의 문제보다 앞으로 매년 벌어지고 겪어야만 할 이런 교과서 선정 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라고 A군은 말했다.
A군은 "다행히 채택 철회를 논의해 별다른 동요 없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철회가 안 된다고 하면 학생들은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계속해서 항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A군을 포함, 이 학교 학생 40여명은 대자보를 붙인 데 이어 추가 대자보 활동과 교과서 채택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오후 2시께부터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주요 안건으로 하는 회의를 진행함에 따라 학생들은 그 추이를 지켜보게 됐다.
앞서 같은 학교법인인 경복대학교 계열 동우여고는 하루 전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와 국사담당 교사의 양심선언이 이어지면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