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텍사스주 정치판이 '여풍'으로 요동치고 있다.
'제2의 힐러리'로 불리는 민주당의 웬디 데이비스 주 상원의원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가운데 여성 동료 상원의원인 레티시아 밴 더 퓨트가 부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텍사스는 주지사와 부지사를 별도 선거로 선출한다.
엄밀히 따지면 두 여성 후보가 러닝메이트는 아니지만 데이비스의 명성과 히스패닉인 밴 더 퓨트의 인종적 배경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6월 텍사스주 의회에서 11시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공화당의 낙태제한법 처리를 막아내며 일약 전국구 스타로 부상한 인물이다.
시급 노동자로 일하며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데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억척 싱글 맘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계의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밴 더 퓨트에겐 히스패닉이란 혈통이 최대 강점이다. 텍사스주 인구에서 37%를 차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기대된다.
그는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동의장을 맡아 전국적 인지도도 갖고 있다.
밴 더 퓨트가 데이비스의 도우미로 출마하자 미국 언론은 "정말 흥미진진한 선거가 됐다"며 연일 텍사스주 선거를 조명하고 있다.
CNN은 주지사 선거 5곳의 격전지 가운데 텍사스를 1순위로 꼽았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텍사스를 격전지로 꼽으면서 데이비스를 올해 가장 주목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선정했다.
두 여성이 공화당 텃밭이라는 텍사스주에서 '이변'을 연출하면 20년 공화당 장기집권 체제에 종지부를 찍으며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에선 주지사와 부지사 선거에 여성이 동시에 당선된 사례가 없다.
그러나 이들 여성들의 반란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텍사스주는 1994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현직 3선 주지사인 릭 페리를 거치며 공화당 주 정부가 20년째 이어질 정도로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 정권과 진보·자유주의 바람에 대한 반감이 고조돼 지난해에는 연방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