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영 전 행정관.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국정원 정보관이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찾았지만, 국정원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런 가운데 조오영 행정관은 채 전 총장의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정보를 요청한 배후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며 수사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초동수사부터 검찰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면서 부실수사를 자처했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초, 사건이 불거진 뒤 조 행정관의 근무지인 청와대와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동원해야 했지만, 조행정관의 경우 압수새색없이 진술에만 매달렸다.
조 행정관은 4차례 이상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뒤늦게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이런 가운데 조 행정관은 영장이 기각된 뒤에도 개인정보유출을 청탁한 배후인물을 수시로 바꿔가며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조 행정관이 수사를 혼선에 빠트리기 위해 고의로 엉뚱한 사람을 대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 행정관의 ‘입’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행정관 신분으로 청와대에 근무하는 고위공무원인 조씨가 이런 식으로 진실을 숨길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동수사에 실패하면서 수사가 꼬였음을 엿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 논란이 됐던 민간인 사찰 수사때도 검찰은 박영준 전 차관을 기소하기까지 수사력을 통해 돌파하기보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양심고백에 의해 끌려다는 수사를 하며 부실 수사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법원이 조 행정관의 영장을 기각한데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 행정관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데도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너무 간과한 채 영장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시간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은 형편이다. 오는 13일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로 수사팀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장영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과 주임검사인 오현철 부부장도 인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가 이렇다할 성과 없이 ‘꼬리’를 밝히는데 그친다면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특검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