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보르지역에서 유엔 평화유지임무(PKO)를 수행하고 있는 한빛부대에 파병되는 2진 교대병력 편성식. (사진=국방부 제공)
일본 자위대 실탄 지원 논란을 빚었던 아프리카 남수단 한빛부대의 대원 3명 중 2명은 방탄복도 없이 6개월이나 총격 위험에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뒤늦게 지급된 방탄복마저도 남수단 내전에서 사용되는 총탄에 쉽게 뚫리는 재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빛부대는 지난해 9월 국방부에 방탄복 200벌을 추가로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첫 파병 당시 한빛부대 대원은 공병부대를 중심으로 의무·수송·통신·경비 병력 등 282명이 배치됐지만, 방탄복은 단 100벌만 지급됐다.
국방부가 방탄복을 추가로 지급하기 전까지 6개월 동안 182명의 대원들은 방탄복도 없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내전 지역을 활보해야 했던 셈이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그러나 추가로 지급된 방탄복마저도 총격에 취약한 구형 방탄복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추가 지급된 방탄복 200벌은 아이티에서 단비부대가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 임무가 축소되면서 생긴 여유분으로, 2007년에 생산됐다.
문제는 구형 방탄복이 남수단 정부군·반군이 사용하는 총탄에 관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의 '스몰암스 서베이(Small Arms Survey)' 보고서를 보면, 남수단 내전에서는 탄피 둘레가 7.62mm인 탄환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 2012년 7.62mm 탄환을 쓰는 AK-47 소총을 사용해 방탄복 성능 검증을 한 결과 2008년에 제작된 방탄복이 완전히 관통됐다.
이런 지적을 인정한 국방부도 "(기존의) 방탄복은 적의 소총에 관통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면서 같은 해 방호력 개선 작업에 들어가 지난해부터 신형 방탄복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한빛부대가 있는 남수단은 2011년 7월 독립 이래 정부군과 반군 간 유혈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분쟁은 지난해 7월 정부의 부통령 해임 직후 최악으로 치달았고, 지난달에만 1000명이 넘게 숨지고 18만명 이상이 피난했다.
최근에는 한빛부대가 있는 남수단 종글레이주(州) 보르 지역을 중심으로 양측 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NEWS:right}
이처럼 위험한 분쟁 지역에 국방부가 방탄복을 제때 보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형 방탄복을 지급한 것을 두고 거세게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방탄복이 부족했던 6개월 동안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장병들에게 사고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 했느냐"며 "국방부는 왜 방탄복을 뒤늦게 지급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공병부대라 하더라도 전시에는 공병이 가장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게 돼 있는 만큼 공병부대라서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당장 오늘이라도 전투가 있을 수 있다는 태세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BS노컷뉴스는 국방부의 해명을 요구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부대의 전력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구형 방탄복도 방탄복과 방탄판을 동시에 착용하면 7.62mm 소총탄을 방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보내왔다.
앞서 한빛부대는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을 통해 일본 자위대의 실탄 1만발을 지원받아 집단 자위권의 길을 열어줬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