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상 최대 비리사건 수사로 불거진 집권당과 사법부의 충돌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사법부는 정의개발당(AKP) 행정부의 수사 방해 외압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행정부는 경찰 수백명을 인사 조치했다.
검찰은 다른 비리사건 수사로 철도청 간부 등 25명을 체포해 '비리 스캔들' 파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사법부, 수사 외압설 조사 착수
터키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사법부 최고 기관인 판사·검사최고위원회(HSYK)가 체포 명령에 불복한 셀라미 알트노크 이스탄불 경찰청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판검사최고위가 행정부 소속인 경찰 고위직을 조사하는 것은 지난 2005년 법 개정으로 조사 권한이 생긴 이후 처음이다.
알트노크 청장은 지난달 17일 대대적 체포 작전을 벌였다가 이틀 만에 경질된 휴세인 찹큰 청장의 후임으로 '2차 비리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라는 검찰의 지시를 불복해 논란을 빚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까지 거론된 2차 비리사건을 수사하던 무암메르 악카시 검사는 지난달 26일 이스탄불 검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체포명령을 불복했다며 외압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투란 촐락카드 이스탄불 검찰청장은 악카시 검사가 수사 자료를 언론에 유출하고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수사에서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판검사최고위는 상반된 주장을 한 악카시 검사와 촐락카드 청장도 조사하기로 했다.
또 친정부 성향의 일간지 사바가 건설업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제케리야 외즈 이스탄불 검찰청 차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사바는 비리사건 수사를 맡은 외즈 차장이 지난해 10월 지인 7명과 함께 두바이로 1주일 동안 휴가를 보낼 때 묵었던 5성급 호텔의 숙박비 등 7만7천500리라(약 3천900만원)을 이번 비리사건의 용의자인 알리 아아올루가 냈다고 보도했다.
외즈 차장은 가족과 휴가를 갔으며 비용은 자신이 냈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으나 아아올루는 자신의 회사 두바이법인이 외즈 차장의 휴가비를 지원했다고 시인했다.
◇집권당, 대규모 인사로 경찰 조직 장악
행정부는 이날도 대규모 경찰 인사를 단행해 지난달 17일 이후 지금까지 인사조치된 경찰은 1천명에 육박한다.
이날 새벽 앙카라 경찰청에서 350명이 직위해제나 전보되는 등 전국 경찰청에서 600여명이 인사발령을 받았다.
앙카라 경찰청의 인사는 테러와 정보, 조직범죄, 금융범죄 등 이번 비리사건 수사와 관련 있는 부서가 주로 대상이 됐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달 17일 뇌물과 건설허가 비리 등의 혐의로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 주요 인사 50여명을 체포한 것을 계기로 집권당과 사법부는 전면전 양상을 보였다.
집권당은 지난달 19일 이스탄불 경찰청장을 직위해제한 것을 비롯해 체포작전과 관련한 주요 간부를 인사조치하면서 경찰 조직 장악에 나섰고 야당은 수사 방해라며 반발했다.
이번 갈등은 에르도안 총리 측과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의 지지층 간의 권력 다툼으로 분석된다. 귤렌 지지층은 사법부와 경찰, 정보당국 등의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를 '더러운 작전'이라고 비난한 에르도안 총리는 '정부 내부의 정부' 또는 '국가 내부의 갱단'이 외부세력과 결탁해 체제 전복을 시도한 '사법 쿠데타'라는 주장을 폈다.
◇'또 다른 비리사건' 터져…"전 교통부 장관이 표적"
검찰은 별도 사건인 철도청의 항만운영과 관련한 비리사건 수사를 벌여 7일 철도청 간부 등 25명을 체포했다.
이날 검거 작전은 이즈미르와 이스탄불, 앙카라, 하타이, 반 등 터키 전역의 주요 7개 도시에서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검찰이 1년 이상 수사를 벌였으며 검거 대상은 뇌물과 입찰 정보 유출, 부패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고 전했다.
철도청은 성명을 내고 직원 8명이 체포됐으나 일부 언론이 앙카라 본청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