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입맛대로 역사 재단하는것
- 정권 바뀔때마다 다시만들 우려도
- 교학사, 기본소양 부족에 오류많아
- 채택안한 역사교사 99%가 좌파인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8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 정관용> 교학사 교과서 논란, 계속 이어지고 있죠. 선정했다 철회한 학교 전국에 20곳. 교육부가 조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몇몇 단체, 몇몇 학교에서 “외부의 외압 때문에 철회했다” 이렇게 발표를 했고요. 그러자 야당은 즉각 반발을 했고, 전교조나 이런 곳은 “당연한 항의시위지 그게 왜 외압이냐” 이런 얘기도 나왔고요. 이런 가운데 여당 지도부에서 “차라리 정부가 주도하는 국정교과서 체제로 다시 바꾸자” 이런 얘기가 나왔네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회장이십니다. 부천여자고등학교 선생님이시고요. 조한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 조한경>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전국역사교사모임, 그러니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다 모여 계신건가요?
◆ 조한경> 다는 아니고요. 초등학교 선생님도 계시고요.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들 한 1500명 정도가 회원이세요. 역사 교사가 전국에 6000명이 조금 넘으니까 4분 중 1분은 모임의 회원이시겠네요.
◇ 정관용> 1500여 명?
◆ 조한경> 네.
◇ 정관용> 지금 국정교과서 얘기가 집권당의 대표, 원내대표의 입에서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 조한경> 네.
◇ 정관용> 이게 과거에 국정교과서였다가 언제 바뀌었죠?
◆ 조한경> 국정교과서가 해방 이후에 저희는 계속 검정제도를 유지했었고요. 1974년도 유신이 시작되고 나서 국정으로 역사교과가 바뀌었었죠. 그랬다가 유신 끝나고 세계사는 검정으로 바뀌었고요. 그리고 한국 근현대사가 김영삼 정부 때, 그다음에 한국사가 노무현 정부 때 검정으로 전환이 되었고요.
◇ 정관용> 국정과 검정의 차이를 우선 간략히만 소개해 주시면?
◆ 조한경> 뭐, 간단하죠. 국정은 국가가 독점해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어서 학교에 보내는 구조이고요. 검정제도는 각각의 출판사들이 집필진을 별도로 꾸며서 교과서를 발행하고 소비자인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선택을 받는 체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국정은 유신시대에 하다가 그것을 검정으로 다시 바꿨다는 얘기는 정부가 정부의 정치적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하지 못하도록 하자, 이런 취지 아닐까요.
◆ 조한경> 그렇죠. 그러니까 국정제도가 유신이 끝났지만 국사 같은 경우에 군사정부 시절에는 계속 유지가 되었었고요. 문민정부 시절에 국정제도의 폐해에 대해서 계속 문제제기가 되니까 검정제도를 바꿨고요. 세계 여러 나라를 봐도 국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는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 정관용> 북한 하나예요?
◆ 조한경> 네. 아무리가 제가 사례를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국정제도가 굉장히 문제가 많죠.
◇ 정관용> 과거 국정할 때는 그러니까 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했나요. 어떻게 했나요?
◆ 조한경> 그렇죠. 지금 국사편찬위원회죠.
◇ 정관용> 국사편찬위원회?
◆ 조한경> 네.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필자들을 구성해서 교과서를 편찬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 위원장이나 위원 등등의 임명권은 다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갖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 조한경> 네, 그렇다고 봐야 되겠죠.
◇ 정관용> 그러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교과서를 다시 만들고 이럴 수도 있겠네요.
◆ 조한경> 그렇죠. 지금 집권여당 대표께서 그런 말씀을 하셔서 저도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걱정스러운 게 현재의 그 집권당이 천년, 만년 정권을 가지고 갈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야당이 되면 또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으면 지금은 국정으로 바꾸자고 했다가 그렇게 돼서, 다시 또 검정제로 가자고 주장을 할 건지.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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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혹여라도 말이죠. 논리적으로 정말 중립적 견해를 가진 사업자들로, 정말 합의된 내용들로만 채워서 또 학계의 아주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쳐서 국정교과서를 만들 수는 없나요?
◆ 조한경> (웃음) 현재, 제가 이번에 검정제도 자체도 금방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그 과정을 사실은 거쳐야 되는 거거든요. 국가가 주관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그 8월 30일 검정 발표가 된 뒤에 현재의 교육부가 해 온 그 모습들을 지켜보면 과연 사회자께서 바라시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가.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 정관용> 논리적으로만 가능한 얘기겠군요?
◆ 조한경> 그렇다고 봐야 되겠죠. (웃음)
◇ 정관용>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한 얘기는 그건 정말 논리적으로만 가능하다.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과서 하나를 만든다는 건 논리적으로만 가능하다, 그 얘기 아니겠습니까?
◆ 조한경> 국가가 역사를 독점한다는 것이 북한 같은 경우는 3대 세습체제를 이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는 역사만을 믿어야 되는 그런 상황인데.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은 상황인데 왜 국정을 논의하는지. 역사 교사들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쉽게 예를 들어보면 소를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생각을 해야 되는데, 이미 소를 키울 수 없는 외양간을 다시 찾아서 고치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 황당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는데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이 앞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한다면 굉장한 반발에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혹시라도 집권당의 대표나 원내대표 이런 분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다소 좀 문제가 있다고 보였던 교과서들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좀 괜찮다는 교과서를 하나 만들었더니 이른바 진영논리로 완전히 매도를 해서 채택률 0%를 만드는 걸 보니까, 이게 도저히 안 되겠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한 거라고 일단 여겨지거든요. 그 생각, 그 논리의 궤적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 조한경>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저도 고등학교에 근무하지만 저는 옆 학교가 어떤 교과서를 선택하는지도 모르고 있거든요. 교과서라고 하는 게 학교 단위에서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온 게 99%의 학교에서 그 교과서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역사 선생님들이 내가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맞는 교과서를 선택할 때 그 교과서를 배제했다라고 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죠.
◆ 조한경> 그렇죠. 그러니까 자칫하면 정치권에서는 역사 선생님들을 전부 좌파니 전교조니, 이런 식으로 매도를 하는데 그럼 전국에 있는 역사 선생님 99%가 좌파, 이렇게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더더군다나 놀라운 건 이제 나머지 1%의 학교들도...
◇ 정관용> 다 철회했어요, 지금.
◆ 조한경> 네. 깜짝 놀라고 있는 게 선생님들과 상관없이 학부모님들과 학생들, 그다음에 사실 졸업한 졸업생들이 자기들이 아니고 후배들이 배울 교과서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도 설명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엄정한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정의를 해야지. 그거를 빌미로 해서 이 교과서가 안 됐기 때문에 국정으로 가야 된다라고 한다면... (웃음)
◇ 정관용> 알겠습니다. 국정으로 가자는 얘기를 공식화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말아 달라, 아마 이렇게 부탁하시겠군요?
◆ 조한경> 그렇죠.
◇ 정관용> 뭔가 어떤 조금 기존의 교과서와 다른 시각의 교과서를 내려거든 훨씬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라, 그런 말씀이시군요.
◆ 조한경> 가장 큰 문제가, 이번에 교학사 문제는 이념 이전에 교과서가 갖춰야 될 기본적인 소양들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어느 선생님이 그렇게 오류가 많은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내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그걸 가지고 수업을 하고 싶어 했겠습니까? 그렇게 판단을 해야 되겠죠.
◇ 정관용> 이 논란이 더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듣죠. 고맙습니다.
◆ 조한경>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십니다. 부천여자고등학교 조한경 선생님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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