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정부가 제의한 이산가족상봉 실무회담을 예년과는 달리 완곡한 표현으로 사실상 거부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9일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실무회담 제의를 거부한 것은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된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남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남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 기구가 3~4월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끝나기 전 이산가족상봉 행사 진행을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에 핵전쟁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북침 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둘째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한국정부의 불분명한 태도에 대한 반발로 풀이했다..
한국정부가 이산가족상봉만 추진하고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표현이라고 했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산가족상봉과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를 병행 추진하자는 북한의 입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는 추운 겨울 날씨때문으로 풀이했다.
1월 말~2월 초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만난다면 추운 날씨와 생존 이산가족의 상당수가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이산가족이 함께 산행에 나서기는 어렵고 실내에서만 만나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 분위기를 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박사는 "북한은 우리와는 다르게 상봉에 나서는 이산가족의 의류와 이동 등을 기본적으로 당국이 책임지기 때문에 한겨울에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진행하면 상대적으로 북한당국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시간상의 촉박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주요 도, 시 단위별로 김 제비서의 신년사 관철을 위한 군중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절대적인 시간보다는 이산가족상봉을 준비하기 위한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풀이했다.
정 박사는 "이 가운데 특히 북한이 이산가족실무회담을 거부한 것은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과 한국측의 불분명한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북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해 접점을 찾아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대화 중단 소지가 많은 한미군사훈련 기간을 피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5~6월쯤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면 성사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우회적으로 거부했지만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교수는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남북관계, 북미관계, 6자회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기할 할 만한 준비가 덜 된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남북당국간에 자극하지 않고 언행을 신중히 한다면, 당국간 회담이 3월 중순쯤에 열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