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갑오년 새해 국정운영 구상 등에 대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이라는 건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인데 오히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불통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덕룡 전 의원 등 여권성향의 인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여당 원로들도 소통을 강화하라는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선거과정에서 총괄본부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까지 대통령의 불통 논란에 대해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이재오 의원의 개헌문제 제기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며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좌충우돌'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좌충우돌' 김무성 의원의 청와대에 쓴소리 왜?"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 회견을 하고 난 뒤 쓴 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 국민들과 소통을 하기위해 기자회견을 했는데 기자회견을 하고나니 오히려 불통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들뿐 아니라 여당중진들과 여권성향의 거물급 인사들 그리고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청와대로 초청된 새누리당 고문단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한 만찬 석상에서 박 대통령에게 여권 내 소통과 대야당 소통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언론담당 특임장관'을 둘 것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은 장막 속 측근들의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며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3개년 계획이라는 말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생각나게 한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는 이어 "과거에는 모든 국민들이 협조해서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크고 복잡한 사회가 돼서 위에서 알아서 할 테니 따라오라는 것은 어렵다"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보면 한심하고 개탄치 않을 수 없다. 현 정권의 현실 인식과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원로와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한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의 김덕룡 상임공동대표도 "청와대가 화성으로 이사를 가서 국민과 소통이 안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김 공동대표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개헌을 블랙홀로 비유하며 당장 추진할 뜻이 없다고 밝힌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며 "2008년 박 대통령과 같이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비주류를 했는데 그때도 박 대통령은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때 박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도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이 앞서 개헌을 하자고 할 때는 민생이나 경제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냐"고 되물었다.
국민들도 80%가까이가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BS가 여론조사전문업체인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대통령 회견 직후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보니 '국민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79.1%나 됐다.(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표본오차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5.0%이다.)
▶기자회견을 하는 건 소통을 하자는 것인데 왜 '불통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이냐?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갑오년 새해 국정운영 구상 등에 대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불통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너무나도 확고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자신에 대한 불통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동안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원칙대로 하는 것에 손가락질하고 불통이라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는 말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정현 수석은 이 발언으로 인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여당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정현 수석의 '자랑스런 불통' 발언이 대통령의 인식을 대변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내용까지 이미 짜여진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 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소통하자고 한 기자회견이 불통의 모습을 더 심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선 모두 12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질문을 했는데, 기자단은 사전에 질문 요지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고 청와대는 답변을 미리 준비를 했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는 현장에서 질문자를 지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지만 박 대통령은 답변 도중 수시로 시선을 아래로 내려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참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까지 박 대통령의 불통 비판에 가세했어요? "야당의 주장이 옳다",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 김 의원은 8일 부산·경남지역 민방인 KNN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소통이 문제라는 주장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야당의 주장이 옳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틀린 얘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우리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무언가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소통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지적을 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철도파업 철회 중재에 대해서는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지만)옛말에 도둑을 잡더라도 퇴로는 열어두고 잡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 불법파업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그들도 우리 국민"이라며 "(노조의) 백기투항조차 받아주지 않는 것은 가혹하다. 받아준 게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최근 경직됐고 자율적 의사결정이나 아이디어가 없는데, 이 모든 게 정당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돼서 오는 안 좋은 현상"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 중재가) 돌파구를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총괄본부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친박계 좌장에서 탈박했다가 다시 복박해서 핵심역할을 했고 지금은 '친박계 중진'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친박핵심으로 부르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독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이 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이재오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김무성 의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김무성 의원이 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서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보이더니 9일에는 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이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9일 "지금은 개헌이 아니라 경제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8일 이재오 의원이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연초에 국민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을 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다"라며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과 반대하는 것은 불통이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한 데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당의 최고중진회의는 훈수를 두는 기구인데 서로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을 중진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그것도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직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다면 비공개회의나 기자와 따로 만나 얘기하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의 행보가 상당히 폭이 넓다?= 지난해에는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을 만들어 친일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더니 연말에는 철도노조 파업철회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보였고, 또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더니 다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재오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좌충우돌'하면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9월 4일 국회에서 '근현대 역사교실'이라는 모임을 발족시켰다. 이 모임에는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주영·정병국 의원 등 현역 의원 100명이 가입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파국으로 치닫던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을 해결하는 해결사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김무성 의원은 민주당 박기춘 의원과 함께 철도노조와의 물밑 협상에 나서서 여권지도부와 청와대 정부를 설득하는 정치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파업철회가 결정된 뒤 두 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극비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박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김 의원을 치켜세웠고 김 의원은 "박기춘 의원이 다 한 일"이라고 박 의원의 공으로 돌리는 모처럼 정치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논란에 대해 '대화가 필요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는 내더니 9일에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재오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면서까지 왜 광폭행보를 하는 걸까?= 일단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김 의원의 측근들은 김 의원의 평소 소신이고 정치관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쓴 소리를 한 것은 김무성 의원의 정치관이고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나 복선을 깔고 한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소신이 뚜렷하니까 그렇게 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갖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측근들도 "대통령과 각을 세우자는 취지가 아니라 야당이나 지지하지 않는 세력들의 이야기라도 잘 들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평론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행보라는 평가도 있고 청와대에 일종의 사인을 보내는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지방선거 이후 친박 대 비박의 구도가 만들어 질것을 예상해서 비박의 리더로 자리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행보로 보인다"라고 평가를 했다. 최 교수는 "당 중진으로서 제목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앞으로의 당권이나 대권을 위해서는 친박 만으로도 안 되고 비박만으로도 안 되기 때문에 일종의 '양동작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컨설팅'의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계산됐거나 복선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평소의 정치 스타일대로 한 것"으로 평가했다. 윤 센터장은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는 인물로서의 이미지를 보이거나 역할을 하려는 의도는 있겠지만 치밀한 계산아래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김무성 의원 본인은 정치적 의도성이나 그런걸 생각하지 않고 발언을 했을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정치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목을 끌기위한 당연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 청와대나 당의 입장과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은 이재오 의원이나 정몽준 의원 그리고 김무성 의원 정도이니까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래서 김무성 의원의 광폭행보가 주목을 받는 것이다.
▶정치적인 의도나 복선이 있다는 것이냐? 없다는 것이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여러 차례 언급을 했지만 정치인의 행동 중 정치적이지 않은 게 어디 있겠나? 김무성 의원은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고 본인도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경쟁은 아직까지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양강구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 원로인 서청원 의원은 '불통' 논란이나 개헌 요구 등에 대해 일관되게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입장인 반면에 김무성 의원은 때로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 섰다가도 때로는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독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서청원 의원은 '호위무사'라는 평가를 얻기도 하지만 김무성 의원은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김무성 의원의 한 측근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아주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의 행보가 두드러지는 이유가 김 의원의 평소 소신 때문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경쟁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20대 총선의 공천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서 차기 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