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스페인 공주가 스페인 왕실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선다고 현지 일간지 엘파이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의 막내딸인 크리스티나는 3월 8일 팔마 데 마요르카 법원에서 남편 이나키 우단가린 공작과 연루된 탈세와 돈세탁 혐의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공주의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크리스티나 공주가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어서 법원의 소환 결정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독재자인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망으로 카를로스 국왕이 1975년 왕위에 오른 이후 왕실 가족이 형사 소송으로 증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팔마 데 마요르카 법원의 호세 카스트로 판사는 앞서 지난 7일 비리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공주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우단가린 공작은 비영리법인 누스연구소의 공금 600만 유로(약 90억원)를 유용한 혐의로 작년에 검찰 수사를 받았다.
우단가린은 혐의를 부인했으며 기소되지 않았다.
우단가린은 자신의 사업이 크리스티나 공주를 비롯한 스페인 왕실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들 부부 사이에 여러 차례 이 사건을 협의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크리스티나 공주의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카스트로 판사는 지난해에도 남편의 공금유용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크리스티나 공주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했으나 항소심에서 기각돼 공주는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다.
왕실 부패 추문과 국왕의 건강 문제로 작년 연말 여론조사에서 스페인 국민의 62%는 카를로스 국왕이 왕세자에게 국왕 자리를 물려주고 퇴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왕 지지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3%만 "호의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2년 전(76%)과 비교하면 35% 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역대 최저 지지도를 기록했다.